광주 40여 시민단체 참여…“비상사태 선포” 촉구

▲ 광주기후위기 비상행동 준비위가 지난 10일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 `기후비상사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시작했다. 금요행동에 참여한 시민이 들고 온 피켓.
 “눈이 내리게 해주세요.”

 7살 꼬마시민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광주의 모습을 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엘사가 활약하는 ‘겨울왕국’은 더 이상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운 것일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헛된 꿈일까.

 어느새 1월 중순으로 향하는 2020년 1월. 광주전남지역엔 자고 일어나면 눈이 소복하게 쌓여 만나게 되는 눈꽃세상은 아직 한번도 펼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낮 최고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며 관측이래 가장 따뜻한 1월을 보내고 있다.

 광주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실감하곤, 대응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서 이렇게 외친다. “기후위기, 지구가 아야해”, “지금 아니면 답이 없다”, “내일은 늦으리, ACTION NOW”

 영상 6도. 시민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외치는 한겨울 거리에도 날씨는 더없이 포근했다.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준비위원회는 10일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 ‘기후비상사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시작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활동이다. 지난해 9월 시민, 청소년, 노동, 농민, 학계 단체 등이 모였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주장한다. 핵심 요구사항은 △기후위기 인정, 비상선언 실시 △온실가스 배출제 계획 수립 △기후정의 입각한 대응방안 마련 △기후위기 대응 위한 독립적 범국가 기구 구성 등이다. 요구대상은 대한민국 정부다.

 광주지역에선 4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앞서 9월21일 전국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 참여했는데, 이젠 매주 정기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10일 금요행동은 그 첫 시작이다.
금요행동 참가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광주시청 앞 도로엔 시민 20여 명이 모였다. 손에는 박스에 직접 쓴 문구들을 들고서다. “지구야 미안해”, “기후위기, 하나씩 풀어나가자”, “기후위기 STOP”, “지금 아니면 답이 없다”, “아따~ 기후위기랑께 위기!”, “발등에 불 떨어진 기후위기”,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 응답하라”는 피켓을 들곤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들을 향해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이날 나온 시민들 피부에 가장 크게 다가오는 기후위기 현상은 지구온난화다. 한 시민은 유난히 포근한 겨울 날씨를 “날씨가 좋아서 슬픈 날”이라고 했다.

 7살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한 시민은 “기후변화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전환이라든가 쓰레기문제 환경문제에 관심갖고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아이가 날씨가 따뜻해져서 눈이 안내린다고 하니까 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쓰더라. ‘겨울인데 왜 눈이 안와?’라면서 겨울을 계속 기다리는데, 아이도 기후위기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홍엽 공동의장은 태양광 마이크를 잡고 “제주도는 1월에 무려 23.5도까지 올라가는 등 도대체 이게 겨울 날씨인지 봄 날씨인지 알 수가 없다. 겨울 날씨가 이래도 되는거냐”라며 “호주에선 온도가 50도 가까이 오르고, 작년 여름에도 프랑스 파리나 유럽의 온도가 사상 유래없이 더웠다. 정말 기후위기의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요구로 이어진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광주시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로 구체화된다.

 유럽을 시작으로 각국의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비롯한 18개국과 900여 개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국에서는 20일 지자체 최초로 충남 당진시가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우선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 대중조직 ‘멸종저항’의 비폭력 직접행동,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기 시작한 ‘기후 학교 파업 시위’는 세계 곳곳으로 확산돼 한국에서도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기후위기 비상행동 준비위가 지난 10일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 ‘기후비상사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시작했다.

 최 공동의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도시들이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우리 광주광역시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민들은 이밖에도 기후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의제들을 외쳤다.

 광주여자대학교 정유담 씨는 “지구가 타고 있는 것이고 불덩이가 발등에 떨어졌을 만큼 기후위기가 급박하다는 것”이라며 “고기를 만드는 축산업에서 엄청나게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지구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채식을 하기만 해도 기후위기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김민결 씨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지구 농작물 절반을 축산업 하는 데 쓴다. 햄버거만 안먹으도 물을 정말 많이 아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렇게라도 지나가는 사람 한명이라도 보고 읽고 하는게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비상행동에 참여했다”고 했다.

 시민 이세형 씨는 “대한민국이 지금 기후위기비상사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다. 광주에서 선도적으로 금요행동에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며 “비상행동에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금요일만이라도 채식을 하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는 시민들.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5일에는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을 주제로 원탁회의를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강연에 나서고, 준비위 구성도 이날 진행된다.

 2월2일에는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기후위기에 응답하라” 1000인 광주시민 선포식을 연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 “미세먼지가 불량배면 기후위기는 핵폭탄이다”를 주제로 특강도 진행한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를 알리고 행동을 통해 변화를 막아내고 인류생존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큰 과제를 함께 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다음 금요일 또 그 다음 금요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런 문제를 알리고 행동하자고 호소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