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비탈서 기지개 켜고 일어서
노루귀 청노루귀
한밤 길게 자고 일어난다
긴 시간 추위에 떨다
언 땅에 숨어 동면을 깨고
일어나 봄소식 데려온다
그늘진 비탈에 햇살들어
기지개 켜고 일어서는
고상한 자태 노루귀
봄바람에 노루 벌떡
바람소리 노루귀 쫑끗
봄이 오는 꽃으로 피어
봄을 맞는 마음
수줍어 고운 미소로
다소곳이 봄을 노래한다
자연의 봄은 왔건만
시간의 봄은 오지않고
우리네 봄은 몸살을 앓고 있다
春來春 不似春이라 하던가요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니로소이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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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