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는 딩크족,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선호하는 딩펫족, 맞벌이 부부로 경제적인 여유는 있지만 시간이 없어 돈을 쓰지 못하는 딘트족, 맞벌이 탓에 일에 지쳐 성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딘스족 등 우리 주위에는 `××족’이라 이름 붙여진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1인 미디어’로 불리는 펌킨족.
펌킨은 다른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콘텐츠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퍼온다는 인터넷 속어인 `펌’과 네티즌들이 즐거움이라는 의미로 즐겨 사용하는 `킨’(KIN을 세로로 세우면 `즐’자가 됨)을 합성한 글자다.
펌이라는 행위는 그동안 딱히 이름만 붙여지지 않았을 뿐 인터넷이 보급된 이래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처럼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펌이 주목받게 된 것은 1인 미디어의 확산 때문.
싸이월드의 미니홈페이지와 각종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스스로 `꺼리’(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콘텐츠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1인 미디어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클릭 한 번이면 콘텐츠를 자기 블로그로 가져올 수 있는 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퍼뮤니케이션(permunic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콘텐츠를 퍼 나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다.
펌킨족의 영향력은 TV연속극 `파리의 연인’과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한 `국민연금의 비밀’에서 증명됐다. 이들 내용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순식간에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
기업들도 펌킨족을 활용하는 기업 마케팅 전략들을 내놓고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기만 하면 홍보효과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펌 문화가 확산되면서 뒤따르는 가장 큰 위험성은 저작권 문제다. 대부분의 펌이 그 사이트와의 `링크’ 방식(정확한 출처를 알 수 있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직접적인 펌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은 기자 jour@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