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3가 `로얄단추’

 양복이나 양장점에서 맞춘 옷을 입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가게다. 알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광주 어딘가에 붙어 있는 양장점에서 옷을 맞췄다면 십중팔구는 그 집에서 팔려나간 단추를 사용했을 것이다.
 기성복이 아직 등장하기 전인 지난 79년 문을 열어 25년의 시간을 짱짱하게 버티고 있는 `로얄단추’. 가게 안이 온통 단추로만 채워져 있다. 어른 새끼손톱보다 작은 것에서부터 크게는 주먹에 가까운 것까지 그 종류만도 1만 가지, 단추 박물관이 따로 없다. 주인 최민호(46)씨는 나이 스물이 채 되기도 전에 단추 가게를 열어 한때 호남의 단추시장을 평정했다.
 70년대 후반만 해도 양장점과 양복점이 잘 나가던 시절, 광주뿐만 아니라 지방의 수많은 맞춤 옷 가게들이 로얄단추를 통해 단추를 공급받았다. 현재는 점원이 따로 필요 없지만 80년대만 해도 가게에만 6명의 점원을 뒀으며 봉고차로 지방 시장만 납품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별도로 있었다.
 특히 현재는 단추 염색 공장만 별도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호남에서 유일하게 단추를 직접 만들어냈다.
 “아침에 가게 문 열면 손님 들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손님이 그치질 않았으니까 엄청 잘 됐지. 그때는 기성복도 없고 전부 맞춰 입던 시절이잖어. 글고 광주에는 단추집이 없었어. 전라도에 있는 웬만한 맞춤 옷 집들은 거의 우리 집에서 단추를 받아 갔어.”
 때문에 가게를 유지한 25년의 시간 동안 단골과 뜨내기손님의 구별이 별반 필요치 않았다. 한 번 거래를 시작하면 모두 단골로 등록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숫자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번창했던 맞춤옷 가게들이 있었기 때문에 단골의 숫자 또한 일일이 기억해 내지 못한다. 맞춤옷이 사양길을 넘어섰다는 현재에도 광주에 600여 곳의 의상실이 남아 있다.
 “옛날에 광주에서 가장 단골 많은 집이었을 것이여. 단추는 원래 유행에 민감하고 까딱 잘못하면 재고가 쌓여. 어떤 일이든 오래 하면 감이 생기잖아. 배달 자체를 안 하니까 지방에서 단추 사러 오는 사람도 엄청 많았어.”
 단추 가격은 200원짜리에서부터 3만원까지 다양하다. 특히 시대별로 유행했던 단추들이 모두 모여 있어 거의 골동품 수준인 단추도 쉽게 눈에 띈다.
 가게 한 구석에는 25년 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판매하고 남은 단추들이 사각 박스에 잘 정돈돼 있다. 가끔씩 찾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대다수 사람들은 최근에 유행하는 단추만을 찾지만 연세 지긋한 사람들은 아직도 10년이나 20년쯤 철이 지난 단추를 선호하기도 한다. 또한 옛 시절을 재현하는 축제나 행사에서 오래된 옷들을 전시하는 경우에도 그런 단추가 쓰인다.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줄곧 내리막이지만 지나가다 호기심으로 들르는 사람도 많아 손님은 꽤 있는 편이다. 옛날에는 광주 시내 웬만한 극장에 모두 광고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단추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어쨌든 전국에서 단추 많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들기 때문에 자부심으로 산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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