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다. 귀를 열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검붉은 물에 하얀 물감을 풀어놓는다. 뜨거운 열기가 한참 흐른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잠시후 단단하고 둥그런 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바로 무공해 비누여.”
`무공해 비누가 미치도록 좋다’는 비누쟁이 김민우(37)씨. 무공해 비누에 미쳤고, 강과 산에 미친 사내다. 몇년 전 무공해 비누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비누에 대한 열정은 짝사랑처럼 사그라들 줄 몰랐다. 결국 14년 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순전히 무공해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다.
친구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그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일이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식으로. 더욱더 무공해 비누에 몰두했다. 드디어 특허까지 받은 비누가 나왔다. 상표를 `강청(江淸)’이라고 했다. `강을 푸르게’라는 뜻이다.
“폐식용유 1리터를 정화하는데 수천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하천에서 거품이 일어난 이유는 아직도 화학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세제로 빨래하면 하천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주일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무공해 비누로 빨래를 하게 되면 24시간 이내에 100%(생분해) 물로 바뀌기 때문에 하천이 깨끗하게 돼죠.”
그가 무공해 비누를 사랑하게 된 이유다. 그는 거창한 환경론자가 아니다. 무공해 비누를 계속 만들면 자연히 폐식용유가 하수구로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분해가 빨라 그만큼 하천을 깨끗이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친화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김민우씨. 그가 만드는 비누는 잔류독성이 없어 인체에 해가 없다. 먹어도 된단다.
그는 지난 2월 중소기업청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의 비누 사랑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짜 자신의 일을 찾고 싶었다는 그는 지난 2002년 비누공장을 인수해 본격적인 무공해 비누 만들기에 나섰다.
“비누공장을 운영했던 전 사장이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었죠. 그 특허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기존 무공해 비누는 때가 잘 빠진 반면 쉽게 물러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특허를 적용, 쉽게 물러지지 않은 단단한 비누를 생산해 이문제를 해결했다.
세탁비누에 대한 발상도 바꿨다. 대부분 네모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가 만든 비누는 둥그렇다. 비누를 쥐어보면 네모보다 둥그런 비누가 밀착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주부들이 비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어렵습니다. 누구나 무공해 비누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죠. 전시해 놓은 무공해 비누를 보고 국수라고 말한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폐식용유를 사용해 비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므로 가정에서 폐유로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비누박사 김민우. 그는 무공해 비누만 아닌 환경전문기업을 만들고 싶어한다. `강을 푸르게’ 처럼
글=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사진=김태성 기자 hancut@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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