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겨울이 올 때마다 한 그룹의 졸업생들을 사회로 배출한다. 실기실의 밤도 음산한 늦가을 바람 속에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겨울은 더욱 힘들 듯하다. 언론과 산업 통계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이 미래 지향적인 산업이며 IT산업과 CT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산업이라고 비춰지고 있지만 실제로 전공 대학생들에게는 그러한 가능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지역 대학 학생은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한다. 1990년 공주전문대학(현 공주대학교 영상보건대학)에 `만화예술과’가 신설되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학 교육의 시도가 본격화됐다. 처음 학과를 개설했을 때, 과연 이러한 전공도 대학 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를 보였고 개설한 대학 내부로부터 다양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국에서 만화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이 학과로 인해 공주전문대학은 언론에 집중 홍보돼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고 결국 4년제 대학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후 95년 청강문화산업대학 등 2년제 5개 대학이 만화예술과 및 애니메이션과를 신설했고, 96년 세종대학교를 중심으로 4년제 3개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신설했다. 그리고 2005년 5월 현재 전국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과가 100여 개가 넘게 개설돼 있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전공과 학과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산업 정책에 있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화기술(CT)적 가능성만을 정책적 대안으로 모색하게 되면 여론은 한 문화장르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한 환상은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을 가져오게 되고 공식적, 비공식적 교육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된다. 결국 그러한 교육시스템의 지속적인 가동과 전문인력의 배출은 산업계의 프로젝트 활성화로 연계돼 전반적인 산업의 확대발전을 가져와야 되는 것이 성공적인 정책모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학교육의 모델은 전문인력의 배출까지는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의 전반적인 자본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의 활성화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의 전문인력과 업계의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접목될 수 있는 산학 연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공 대학생들은 공식적인 대학 교육에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프로젝트의 수행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병욱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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