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거요?…어, 난 그런 거 없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 원없이 하고 있는데 힘들 게 뭐가 있겠어요?”
원래 엄살 못떠는 성격인 것 같다. 밤샘을 밥먹듯 하고, 휴일도 따로 없고, 고정적 수입이 있는 일도 아니고, `힘든 일’이라고 치자면 많겠지만 그런 것쯤은 상관하지 않는다.
VJ(비디오 저널리스트) 임용철(35)씨. 명함에 씌인 자기 소개는 `카메라를 든 사나이’다.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요. 제도권이나 조직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내가 찍은 영상으로 사람들한테 말 걸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죠.”
지금은 사람들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는 동광주병원 노동자들의 투쟁도 작업했다. 당시 학생(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신분이어서 작업이 있을 때마다 빌려 쓰던 카메라를 `무리’해서 사버린 것도 그때였다. 길고 힘든 싸움을 6밀리 카메라로 함께 해냈다.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처음 촬영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샷에 사람들이 다 들어오지 않았는데 나중엔 한 샷에 모두 들어올 만큼 사람들이 점점 떠나던 현실이었죠.” 소수의 싸움. 그래서 더욱 그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무관심하게 살면 남의 일일 수도 있는 게 껴안으면 자기 현실”이 되는 뜨거움을 그때 경험했다. 그 작업의 결과물은 <끝나지 않은 싸움, 동광주병원>이란 작품으로 2001년 광주인권문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동광주병원 작업에 대해선 애정도 아쉬움도 많다. 그래서 그 싸움이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나, 그 싸움이 각자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가를 다시 돌아보는 작업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나의 카메라작업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일이란 것을 그때 새삼 느꼈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도리나 책무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구요.”
때때로 “서울 가서 일하면 더 낫지 않겠냐”는 말도 듣지만 그는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회의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명하다. “우리 동네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느냐” “우리 동네 이야기만 해도 겁나 할 것이 많다”는 것.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면 무엇이든 그의 관심사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플래카드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동네 문방구점에 가서도 꼬마들이 놀고 있으면 요즘 애들은 뭐 갖고 노나 싶어서 들여다 본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정해진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접어들어 가보는 사람인 것이다. 또 있다. 분노든 슬픔이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간 <현장리포트-사람세상>(KBC), <열린TV 남도>(KBS), <6mm 세상>(MBC) 등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시청자들과 나눠왔다.
요즘에는 민언련 주최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 낼 작품을 편집중이다. 지난 5월 청소년들이 참여했던 오월행사 `레드 페스타’를 소재로 한 <내 안에 5월 있다>. `오월이후 세대’들에게 오월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중증장애인들의 실태를 담는 작업도 하고 있다.
미디어행동연대, 광주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퍼블릭액세스’ 교육에 힘쓰고 있다. “주류 미디어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야기를 자신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카메라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고 소통하는 `다리’가 되기를 원한다.
그가 이 일을 하며 제일 경계하는 것은 틀에 박힌 접근. “무슨 일이든 좀 하다 보면 `투’가 생기잖아요. 그건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을 닳게 하죠. 그 닳은 눈으로 건네는 이야기는 누구의 마음에도 가닿지 못할 것 같아요.” 남신희 기자 mir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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