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운동 나오는 이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줍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 한편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 오른다”
남구주민자치위원장 민판기(55·백운동)씨. 그는 나무를 심고 벤치를 기증하는 등 `푸른길 대남로구간 공원화 사업’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참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리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단을 꾸려 월요일 오전이면 푸른길 대청소를 하는가 하면 대남로 문화광장(남광주 농협 맞은편)에서 주민한마당 노래자랑 등의 공연행사를 펼친다. 푸른길이 공원으로 활성화돼 사람중심의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푸른길은 설계할 때부터 주민참여로 이뤄진 곳이다”며 “이런 푸른길을 우리 주민들이 지켜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푸른길 쓰레기 줍기, 풀 뽑기, 시설물 관리, 벤치 페인트칠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봄이 오면 새집 달아주기, 나무 명찰 달기 등의 활동도 해 나갈 계획이란다.
그는 “푸른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없다. 아침운동 나오는 어르신들은 쓰레기봉투를 준비해 와 직접 주워 간다”며 “어른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학생들도 등하교길에 자연스레 쓰레기를 줍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이런 자발적인 참여, 즉 주민들 스스로 푸른길을 아끼고 보존해 가려는 모습을 보면 가장 기쁘단다. 푸른길을 조성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이들의 의식이나 생활에 변화가 일어난 것.
지난 8월부터 주민자치위원회, 남구새마을회, 푸른길 인근 기업·학교 등이 준비모임을 통해 자원봉사단의 조직의 뼈대를 갖췄다. 이 단체들이 돌아가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푸른길이 녹색공간 뿐 아니라 문화가 흐르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8월부터 대남로 문화광장에서는 격주 금요일마다 공연·연극 등의 판이 열리고 있다.
민씨는 “공연에 문턱은 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공연 중간에 지역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웃고 즐기는 자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란다.
그는 “오랫동안 보관하려는 음식에는 소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며 “어떤 행사나 사업이든 간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나중에는 썩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하는 역할 역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소금’ 역할일 것이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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