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광주드림 덕에 매출 팍팍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취재하면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이 건넨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장사’를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IMF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그들이지만 자기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소박하고 진실해 보였다. `광주 여기저기거기’가 이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됐다.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내년은 올해보다 좋을 것이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꽃피는 봄이 오면’ 그들이 미소 지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올 한 해 만났던 사람들 중 몇 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뭉치면 힘이 솟는 아짐들(경신여고 상권)-4주인이 각 자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서비스로 동네 고객들을 사로잡는 곳, 대형 할인점 못지 않게 식품, 육류, 과일, 아동복 의류까지 갖춰진 곳, 모든 사람들이 인사하며 들어오고 나가는 동네 사랑방 `마트 클럽’.
 식료품·생활용품을 담당하는 김용관씨 부부는 직접 물류센터까지 가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마련해 온다. 맛과 품질로 승부하는 과일 담당 손재규 부부, 전직 요리사 부부인 정영순 부부가 만드는 돼지갈비 양념과 돈가스는 인기 만점 차림. 아동복을 판매하는 전인순씨는 마트클럽의 분위기 메이커다. 다른 영역까지 `침범’해 판매할 수 있을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그들. 합동 세일작전도 펼친다.
 ▶문의 526-7001

수중천국 동물박사 강승태씨(첨단지구 상권)-`수중천국’이라는 간판을 달고 해상동물을 판매했었다. 그런데 `동물이 그냥 좋다’는 그의 가게는 이제 열대어, 관상어부터 카나리아, 소문조, 잉꼬, 십자매 등의 조류부터, 거북이, 악어거북이, 햄스터, 토끼, 개구리, 가재, 이구아나 등등 없는 게 없다.
 “장사를 하다 보니…”라고 그는 말했지만 동물에 대해 알고 보살펴줘야 하기 때문에 `장사 욕심’으로는 전혀 할 수 없는 일. 자신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동물의 건강상태를 최고로 중요하게 여긴다. 대형 할인점이 곳곳에 생겨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 했다. 그러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가게엔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오고, 길 가던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게 하는 곳이 돼 버렸다.▶문의 972-5858

공터에 꽃씨 뿌린 사람들(상무지구계수음식타운 번영회)-지난 여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만났던 상가 번영회 사람들. 지난해 10월 상가 번영회를 발족한 회원 60여 명의 활동들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공터에 꽃씨를 뿌렸고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주변 유치원 어린이들이 해바라기와 메밀을 구경하러 현장학습을 나오기도 했다.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주는 풍선 광고물도 이 거리에선 볼 수 없다. 휘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곳곳을 청소하기도 한다.
 예전보다 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었지만 변화된 모습을 반갑게 봐 주는 손님들이 있어 힘이 난다. 번영회는 간판 정비도 계획하고 있고 음식의 거리로 지정받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손풍금 연주에 숨이 멎다(금남로4가 세종악기)-신현옥씨는 연주가는 아니다. 음악에 빠진 이들에게 드럼, 오르간, 신디사이저, 전자기타, 음향 시설 등을 판매한다. 음악이 좋아 직업을 바꿔 이 길로 접어들었다. 젊은 시절 악기 살 때마다 많이 속았다는 그.
 그래서 그는 가게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거의 마진없이 물건을 판매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게다. 단골들은 전국에 퍼져 있다. 가게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한번씩 주어지는 선물도 있다. 그의 손풍금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
 그날 신씨가 들려준 칠갑산. “나의 숨결과 같이 갈 수 있는 게 아코디언의 매력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연주, 오랫동안 들을 수 있기를.
 ▶문의 222-6715

그녀만의 만두는 특별해!(매곡지구 상권)-`만두빚는마을’의 노랑, 초록 만두 색깔이 신기하기만 하다. 녹색의 만두피는 여름에는 부추, 겨울에는 시금치로 만든 것이고 당근을 넣는 정도에 따라 노랑 혹은 주황의 만두피가 된다. 맛은 더 특별하다. 준비된 만두속 재료들이 솥단지에 볶아지면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난다. 한 번 더 놀라야 한다. 색색의 만두가 대나무 잎이 깔린 대통에 나오는 것.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는 `아줌마’였지만 손님들에게 특별함을 선물해주는 차미경씨의 노력으로, 그의 만두맛을 못 잊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수제비 먹을까 칼국수 먹을까 고민하는 손님에게 둘 다 함께 내놓는 그는 분명 프로다. 굳이 음식 먹지 않아도 여름에 물 한 잔, 겨울에는 국화차나 오가피차도 대접받을 수 있다. ▶문의 573-1403

자전거로 산을 누빈다(염주동 상권)-전남대학교 산악자전거 모임 `노란 자전거’ 창립멤버였던 문정현씨는 자전거 전문점 `레팍’(www.lepak.co.kr)의 `사장님’이 됐다. 몸이 좋지 않아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계기.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1.도시에서는 자전거가 빠르다. 2. 어디에나 주차가 가능하다. 3. 자전거로 산을 오르니 맑은 공기도 마시고 여행도 한다. 등등이 그의 산악자전거 예찬론. 실력도 출중해 각종 대회 입상도 화려하다. 사촌들과 함께 산악자전거부터 도로용 자전거, 철인 3종자전거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정현씨의 역할은 수리. 외국사이트 뒤지고 원본 검색해서 알아낸 기술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동호회 MTB클럽, 철인클럽 회원들에게 지도도 해주고 있다. ▶문의 372-0005

활어는 최근주씨 손안에(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생동감이 넘치는 현장에서 근무해서인지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18살때부터 서울 가락동 시장, 안양, 구리 등지의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활어를 판매해 왔다. `현대수산’ 가게에서 정교하면서도 깔끔하게 회를 뜨는 그의 손을 보면서 경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싱싱하고 품질 좋은 활어를 구하기 위해 직접 현장 다니는 발걸음을 늦추지는 않는다. 완도, 고흥 녹동, 삼천포, 충무 등 곳곳을 다닌다. 나주가 고향인 그. 광주로 내려와 횟집도 운영했었다. 다시 횟집을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른 제품을 소비자들이 바로 보는 앞에서 떠서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문의 612-7890

엄마가 만들어준 청국장(동아시장)-“실이 쩍쩍 나와야 맛있제.” 양동시장에서 가져온 순수 국산콩으로 만든 청국장 알갱이 사이사이 실이 보인다. 물에 풀어 `푸르르’ 끓이면 깊은 맛 배어 나와 맛난 청국장이 될 터. 메주콩을 더운 물에 불리고 4∼5시간 끓여 익힌 다음 따뜻하게 `딱 싸’ 놓고 띄운다. 하나 하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오금님씨는 `동아참기름’ 가게를 열고 20년동안 청국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판매해왔고 이 제품들이 동아시장의 특산품으로 알려지게 됐다.
 `엄마 손맛’ 잊지 못해 경기도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 시대 변화에 맞춰 검은콩으로 만든 청국장, 맛사지용 곡식 가루도 판매한다. 변치 않는 전통의 맛을 이어오고 있는 오씨의 고추장, 청국장을 오래오래 맛보고 싶다. ▶문의 523-6577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