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래난초의 우아한 자태.
 무더운 한여름, 태풍이 지나간 숲 언저리에 분홍실을 펼쳐놓은 듯 자그마한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빛, 초록빛 마치 비단결같은 고운 실들을 얹어 놓은 듯한 우아하고 고급스러움에 취하게 하는 이는 바로 자귀나무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숲에서 양지바른 가장자리를 차지한 자귀나무의 꽃핀 모습은 사랑하는 이에게 붉은색 리본띠를 매둔 귀한 선물처럼 보인다.
 이렇듯 양지바른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자귀나무는 볕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숲언저리·길가·산길 등 햇볕이 잘드는 곳에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나무이다.
 자귀나무는 서쪽 이란에서부터 동쪽 일본까지 아시아 지역에 자라난다.
 학명은 Albizia julibrissin이라 하는데, 속명인 Albizia는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알비즈(Filppo Degli Albizz)를 기리려고 붙인 것이며, 종명인 julibrissin은 동인도의 지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귀나무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특히 황해도 이남에서만 자란다. 콩과에 속하기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자운영·아카시나무 등 콩과에 드는 나무 대부분이 그렇듯이, 자귀나무도 질소고정능력이 있어 토양 자체를 기름지게 만들어 버리는 장점이 있다.
 자귀나무 꽃을 한번쯤 들여다 보자.
 꽃은 분홍빛으로 고운 명주실이나 술을 떠올리게 하는데, 꽃자루가 자라서 맺힌 꽃 15~20개가 우산모양으로 매달린다. 고운 꽃은 여름 한 달 동안 피어 있는데 영어로는 비단나무(silk tree) 또는 비단꽃(silk flower), 비단 아까시(silky acacia)라고 한다.
 잎은 깃털 모양으로 짝수가 나는데 전문학술용어로는 우수2회우상복엽(偶數2回羽狀複葉)이라고 한다. 자귀나무 잎은 낮에는 펼쳐 있다가 긴 긴 밤에는 서로 붙여 닫히게 된다. 잠자는 운동이 특기라고 할 정도로 50~80개나 되는 작은 잎들이 서로 붙는데 신기한 것은 모든 잎이 다 짝이 있다.
 그래서 자귀나무는 별명이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별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밤마다 같이 자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열치열!
 무덥다고 부부사이 밀어내지 말고 무더운 여름날에 밤마다 부부금실 자랑하는 자귀나무처럼 서로 아끼면서 행복합시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