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입에 문 채 쓰러진
한스러운 며느리밥풀꽃

저수지 물빛을 바라보며 숲길따라 피어 있는 붉은색 꽃!
그 꽃은 밥풀같은 두개의 하얀 무늬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며느리밥풀꽃이다.
며느리밥풀꽃은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마주나면서 갈라지며 높이가 30∼50cm정도의 아담한 풀꽃이다.
오래전 한 새댁이 있었는데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너무 혹독했단다.
시어머니는 하루종일 며느리를 감시하면서 괴롭히고 구박할 일만 생각하는 아주 시집살이가 심한 시어머니였다.
그러던 어느날 새댁이 밥에 뜸이 잘 들었나 밥알 몇알을 입에 물어보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시어머니는 `요년봐라~ 올커니 너 한번 혼나봐라’ 하며 대뜸 며느리를 호통치며 “야 이 망할 년아 네년이 감히 어른들도 손대지 않은 음식에 손을 대?”하면서 며느리를 호통을 쳤다.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물은 채 급기야 쓰러지고 말았는데 불을 때서 밥을 짓던 시절에는 솥에서 가끔 밥알을 꺼내서 씹어 보는 일이 예사였음에도 시어머니가 공연히 생트집을 잡자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렇듯 옛날에는 흔하디 흔해서 천지사방에 피어나던 풀꽃들!
그 풀꽃들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어머니들의 손에 관찰되고 실험되어 좋은 약이 되고 먹거리로 만들어져서 일상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그래서 며느리밥풀꽃처럼 우리 풀꽃들에게는 재미난 이름들이 많다.
생긴 모양·쓰임새·자생지 등등에 따라서 재미있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스며 있다.
이제는 흔하디 흔한 풀꽃들이 어느새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돼가는 어두운 현실앞에서 풀꽃의 역사인 전설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야에 수없이 피어나는 풀꽃들의 은근과 끈기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강인했던 그 모습들을 생각해보는 후손들이 얼마나 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