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세요?” “아, 여기 나주에서 주민들 만나고 있습니다. OO동으로 골목 사진 찍으러 가고 있습니다.”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 지역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오라고 하면 안 가는 데 없이 가는 사람. 동네 주민들보다 그 동네를 더 많이 알 것 같은 사람. `광주YMCA 좋은동네만들기’의 정의춘(31) 팀장이다.
 좋은동네만들기팀은 지난 2002년 `좋은동네시민대학’을 꾸렸다. 주민들이 동네의 `진짜 주인’이 되고, 좋은 동네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동네시민대학이 만들어지게 된 취지. 정씨는 시민대학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모든 살림을 맡고 있다.
 “주민들이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관심이 `애착’으로 바뀌게 되죠. 그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동네를 `관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는 행정이 중심이 되어 있고, 주민들에겐 `참여하십시오’만 합니다. 관심을 갖게 하는 과정은 빠져 있어요.”
 이것이 그가 진단하는 주민자치의 실상. 시민대학이 꾸려진 것도 이때문이다.
 좋은동네 만들기의 핵심은 동네의 일꾼을 만드는 `교육’에 있고,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먼저 주민들이 자신의 동네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좋은동네시민대학 수업 시간엔 진풍경이 벌어진다. 교실 한가득 한 동네의 갖가지 모습을 담아 놓은 수십 장의 사진이 펼쳐진다. OO씨 집 앞에 피어난 해바라기 사진,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 사진 등 다양하다. 시민대학이 열리기 2~3주 전부터 시민대학의 전문위원, 정씨 등이 발품을 판 결과물들이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네. 언제 우리 동네를 다 담았어?라며 놀라시죠. 시민대학팀의 열정에 미리 감동받으니까 참여 열기가 대단합니다.”
 사진들을 보며 주민들은 보존해야 하는 풍경, 개선해야 할 풍경 등을 평가해 스티커도 붙이고, 동네가 그려진 대형 지도에 올라가 동네의 특징을 보여주는 공간에 표시도 해본다. 또 직접 디카를 들고 동네를 탐험하면서 동네의 얘깃거리를 공유한다. 동네 과제를 선정해 실천계획까지 마련하고 주민들은 `졸업’을 한다.
 “보람이요? 졸업식 때 어르신들이 학사모 쓰시고 좋아하시는 모습 볼 때, 시민대학 끝나고 주민들이 동에서 활력 있게 일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때겠죠.”
 지금까지 시민대학이 찾아간 동네만 지산2동, 오치1동 등 14곳. 곡성, 옥과도 들어 있다. 만난 주민만도 450여 명이 넘는다.
 시민대학이 주민들의 `기’는 살려 놓았지만 행정의 무관심, 지원 부족으로 인해 지쳐 버리는 주민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는 정씨.
 “동네 이곳을 이렇게 바꿔 봤으면 좋겠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전화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뭐 할 때마다 주민자치위원들한테 돈 내라고 하기도 미안하다며 어려움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어 주민자치라는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정씨의 자기 반성도 이어졌다.
 “교육에 너무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어요. 주민들의 작은 실천 현장에 더 주목하고 행정과 주민들을 이어주는 운동에 더 매진하렵니다.”
 `주민의 손’으로 좋은 동네를 만들도록 돕는 그, 광주 지역 곳곳의 뿔뿌리 생활공동체운동을 더 조직해내려는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글=조선 사진=안현주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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