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요일이면 마음이 바쁘다. 아침 일찍 장구를 메고 복지관으로 향한다. `대풍이 아빠’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이다. 그가 늦게 오는 날이면 복지관 노인들은 `대풍이 아빠 왜 안 오느냐’고 사회복지사를 재촉한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북구 장애인 복지관 노래교실에서는 김옥수(58)씨가 부르는 민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씨는 매주 수요일이면 이곳을 찾아 몸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 지낸다. 양로원과 노인복지관을 찾아다니며 노인들에게 민요를 들려주고 가르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다.
 타고난 목소리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모임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독창 무대를 열었던 그는 정년퇴임하면서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타고난 소리꾼은 아니지만 노래 소리에 어르신들이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봉사라는 게 따로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구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가 노래봉사 활동을 한 것도 그를 `민요 전도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가 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민요)로써 노인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봉사죠.”
 때문에 김씨가 부르는 민요와 타령 등을 들으면 절로 흥이 난다. 애창곡은 `양산도 타령’ `태평가’ 등 20여 곡.
 노래 봉사는 가족의 도움이 한몫했다. 청소 일을 하고 있는 아내가 최대 후원자다. 노래봉사가 있을 때면 노인들이 좋아하는 다과 준비를 함께하며 남편의 공연을 돕고 있다.
 벌어놓은 건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는 김씨. “더 늦기 전에 가고 싶은 길 가라”는 아내의 말에 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민요를 독학으로 배웠다. 국악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고 혼자 연습했다.
 “5년 전 송암공단 대우중공업에서 안내원(경비직)으로 일했습니다. 24시간 근무한 뒤 하루를 쉬기 때문에 시간이 남데요. 녹음기를 들고 무등산 계곡엘 갔습니다. 돗자리를 펴고 하루 종일 민요를 들었습니다.” 5년동안 이 일을 반복하면서 그는 소리를 듣게 됐다. 프로는 아니지만 노래솜씨는 누구에 뒤지지 않는다. 그가 민요에 관심을 보인 것은 `피’를 타고 났기 때문이다.
 “선친이 농악대 꽹과리를 치는 상쇠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자동적으로 장구와 꽹과리를 잘 치게 되더라고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노래봉사에 나선 그는 50평짜리 건물을 빌렸다. 누구나 와서 장구를 치고 민요를 부르는 열린 공간인 `민요와 장고사랑모임’을 만들었다. 회원이 모이면 `민요 사랑방’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무료봉사를 같이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봉사는 돈을 주고 살 수 없죠. 즐거움만 있으면 족하니까요.”
 `우리 어머니를 보러간다’는 김씨. 그는 나이 드신 노인들에게 민요를 불러줌으로써 한순간이지만 즐거운 마음을 만들어 드린다는 기쁨으로 공연을 한다. 양로원이나 복지관 등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문의 (민요와 장고사람모임 019-601-6989)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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