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글자글 민물매운탕 주거니받거니

“노들강변에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마다~~”하면 얼른 떠오르는 머릿속 그림이 있다. 잔잔한 물가에 수양버들 늘어지고 하얀 모래톱에 거룻배 한 척, 집 한 채. 그리고 그 노래소리와 더불어 선유하는 사람들. 이런 이미지에 걸 맞는 곳이라면 남평 드들강을 떠올리고는 했다. 화순 땅 끼고 도는 지석천이 이곳 드들강에 이르면 회오리치는데 넓은 강폭을 끼고 수량이 풍부해 물이 노니는 곳에 사람도 놀다 갔던 모양이다.
물도 맑아 예전부터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간간이 보이는 낚시객들 산보 나온 차량들이 눈에 띌 뿐 오히려 한적한 곳이다. 물길이 거세다 보니 수리시설이 흥미로워 강을 가로질러 축조된 긴 보와 수문 큰 물 지면 무넘기 둑이 장관이어서 그것 구경하느라 옷 젖는 줄 몰랐고 주변 경관 수려해서 시설물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데. 풍광 좋다 생각하고 낚싯대를 드리워 봤지만 고기 낯 구경도 못했다. 그래도 한나절 앉은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 물소리 바람소리로 대신했으니.
이름도 참 이쁘지, 드들강변.
계절이 깊어 가느라고 강은 바닥까지 훤해서 미처 숨지 못한 물고기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낚시로 못다 푼 직성 여기에서 풀어보자 들른 강가집. 아이들을 잔뜩 몰고 온 젊은 부부는 백숙 시켜놓고 아이들 단속하느랴 진땀인데 꼬마 손님들 물고기 보라며 집 어항 같다며 환호성이다.
여기가 고향 마을이라는 주인 박봉자(52)씨는 강바닥에 매운탕감 지천이어서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우리 수족관이나 다름없다며 화통하게 웃는다. 노르스름하고 쫀득한 닭 백숙이 대량출하되는 흐멀건 닭과 같을 수 없고, 무에 졸인 물천어가 입 다시라고 나오는데 이집 민물 매운탕 맛이 그만이다.
같이 간 일행은 약고동(다슬기) 한 접시 다 먹고도 다시 한 접시. 그거 빼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상차림도 시골밥상 같아 잘 삭은 고추젓지에 무장아찌 등 묵은 반찬이 밥 굴게 하고 매운탕이 명가집이라 자처하는 집과는 분명히 다르다. 비늘 또렷한 수입 물고기가 한약재 두르고 행세하는 집들. 당연한 민물고기다운 비릿한 맛 흙내음 다 빼버리고 어찌 민물 매운탕이라 할 것인가? 붕어, 모래무지, 피라미, 새우 등 바로 앞에서 잡았다 확인이라도 시키듯 여러 잡어 중 단연 눈에 띄는 고기가 있었으니 악명높은 블루길 한두 마리 섞여 나온다.
낚시꾼 귀찮게 하는 방해꾼 손맛보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 녀석 올라오는 날에는 그날 낚시 작파해야 하는데 우리 어족자원 보존 차원에서 포획은 상관없으나 다시 풀어 주면 걸리게 돼 있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천연덕스럽게 매운탕에 끼여 나오는 게 가히 밉지 않아 먹을 만한 지 젓가락이 한두 번 더 간다.
추풍낙엽 강물에 쌓이고 기러기떼 줄지어 난다. 추강조어(秋江釣魚)라. 철 늦은 강태공이 외롭다. 이런 날 민물 매운탕 자글자글 끓여놓고 주거니 받거니 소주 잔 권할 만하지 않은가?
나주시 남평읍 서산리 드들강변 061-331-0408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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