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는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 되고 평소 공연 하나 볼 짬이 안나는 이들에게 잊고 살았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북구 두암동 작은 나무간판 하나 달린 `꿈꾸는 교회’ 김혜일(33) 목사가 호언장담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지난 11월26일 밤, 그 작은 교회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작고 아담한 그 곳에 사람들이 오밀조밀 앉았다. `꿈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콘서트’가 펼쳐진다.
 얼마전 귀국공연을 가졌던 소프라노 이현정씨가 가곡 `진달래꽃’을 부른다. 이날 만큼은 이씨도 주민이고 이웃이다. 화려한 무대의상이 아니라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으로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부르는 노래다.
 플루트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진씨의 플루트연주, 국악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배우는 다슬씨의 판소리, 호남신학대 학생들의 아카펠라 공연이 이어진다. 방안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뜨거운 박수가, 감탄과 격려의 소리들이 섞인다.
 “생활에 치여 자기 꿈을 펼칠 기회가 좀처럼 없는 이들, 회사원·주부·학생 같은 평범한 이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김 목사. 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도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무대에 섰다.
 이날 만큼은 목사가 아니라 뮤지션. 드럼은 남동생 김은혁(31)씨, 키보드는 형수 박은덕(28)씨, 색소폰은 형 김천응(34)씨, 기타는 김 목사가 맡았다. 이참에 아예 `꿈꾸는 밴드’라 이름도 정했다. 밴드 결성 이후 처음 서는 무대다.
 뮤지션 목사의 등장에 사람들이 환호한다. “소박하고 느리게 사는 사람들, 가슴 따뜻한 사람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는 김 목사의 바람이 작은 공연무대를 마련하게 된 계기다.
 그가 꿈꾸던 것들이 작은 교회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교회라고 하는 공간이 상당히 폐쇄적인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세상과 만나는 소통의 장소였으면 좋겠다. 전도나 홍보에 열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말이다.”
 `지역’ `소통’에 대한 고민은 그의 화두. 교회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가 항상 고민거리다.
 지난 9월에는 `세상을 리모델링하자’는 작은 교회들의 연합체에 함께 하기도 했다. 대형화를 추구하는 요즘 교회들의 반대편에서 작은 교회들이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취지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마을 `우토로’ 살리기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 목사는 3년 전 가족들이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두암동에 교회를 세우고 들어왔다. 목사일 말고도 많은 일에 욕심을 낸다.
 광주전남민주언론연합회 VJ분과에서 영상을 배우기도 했다. 지금도 틈틈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이왕 결성한 `꿈꾸는 밴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카메라로, 음악으로, 신앙으로 그가 꿈꾸는 것들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글=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사진=김태성 기자 hancut@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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