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풍년<편집국장>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시절이다. 신문도 비껴갈 수 없는 일. 이 즈음 <광주드림> 역시 결산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일년 동안 우리가 주목해온 현장과 인물을 되짚어보고 있다. 지난 일년을 추억하는 낯간지러운 자족적 의례인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내로라 할 만한 기사들만 추려 보여주는 탓이다. 그러나 결산하는 심정은 갈수록 착잡해진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광주드림>을 `나쁜 신문’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지령이 보태질수록 그 수가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한 게 분명하다.
 관청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간 아침이면 대개 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이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욕을 해댄다. 항의의 수위는 단체장과의 관련성 정도에 달려있다. 행여 높은 분에게 누가 될까 전전긍긍이다. 유독 단체장에게 책임이 돌려질 대목에 민감한 반응들이다. 그들 말처럼 `짜잔한 신문’에까지 굳이 대거리하는 까닭이 확연하다.
 이런 태도들은 늘 불길한 짐작을 하게 한다. 단체장의 근위병들만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하다. 우리는 민선 시대를 마치 민주주의의 완성인 양 두둔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 실체는 `민주’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지 싶다. 국민 혈세가 자치의 비용으로 폭증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꿈꾸었던 풀뿌리민주주의가 이런 것이었나? 유권자와 공직사회는 물론 모든 선출직들도 심각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솔직히 암담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오늘날 몇몇 단체장들의 모습을 톺아보자. 고급차는 기본이 되었다. 연중 수억 원의 술밥 값을 합법적으로 써댄다. 공무원들을 마치 수족처럼 부린다.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를 막론하고 자리가 나면 예외 없이 자기사람을 심는다. 규모가 큰 이런저런 사업들이 결국 누구 수중에 떨어지는지를 보라. 솔직히 이미 통제불능이 아닐까 싶어 시름이 깊어진다.
 그들은 두려워하거나 경계할 게 없는 듯하다. 일상적인 견제나 감시, 비판에서 거의 자유로운 것이다. 속내로야 모르지만 조직은 거의 장악되었다. 뜻에 반하는 사람들은 인사발령을 통해 밀어내기 십상이다. 의회나 언론이 귀찮겠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대부분 좋은 게 좋은 관계로 흘러간다. 우리가 가진 정당 정치의 한계나 지역언론의 현실 따위를 통탄할 따름이다.
 이쯤 되면 작금의 풀뿌리민주주의는 허울뿐이다. 또 우리가 민주적(?)으로 뽑은 단체장은 결코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그들은 도리질하겠지만 하는 짓은 이미 `군림’이다.
 <광주드림>은 일년 동안 욕설과 비난, 멱살잡이도 당했다. `저 XX가 기자여, 저 X는 국장이고’ 하는 모욕도 들었다. 더러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끼리 소주잔에 타서 마셔버리곤 했다. 그러나 두고두고 곱씹어 씁쓸한 경우는 예기치 않는 적의를 만나는 순간이다. 특히 `기자질’의 진심을 한사코 의심하는 불온한 관행의 눈길들이다.
 “비판의 수위가 너무 지나쳐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기로 했답니다.” 메일함에 들어오던 자료가 갑자기 끊긴 이유를 확인한 기자의 말이다.
 “어차피 보도자료 보고 베낄 일 없으니 대수냐”며 웃는다. 대체 이런 발상은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걸까.
 새해를 맞을 무렵이면 너나없이 덕담이 미덕이다. <광주드림>으로 속상한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란다. 쭉 지켜보셨다면 아실 터이다. 우리는 지역언론이기에 지역의 권력을 비판할 뿐이다. 달리 불순한 의도나 속셈은 없다. `새해에도 변함 없이’가 약속이다.
 hwpo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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