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장 `6호집’

 하루는 네가 내고, 하루는 내가 내고. 장 안 섰다고 술 한 잔 없을소냐. 난로가 한쪽 노무자 몇이 앉아 노닥노닥 하루해가 짧다. 돌아가는 잔이 소박하니 큰 돈 나갈 일 없고 저기 월산에서 왔다는 “김이요” 하는 양반은 읍내에 연장 하나 사러 왔다가 들어와 앉는다. 친구는 전화 받고 온 눈치인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바람 쐬러 나왔다고, 소도 몇 마리 키우고 밥이나 먹고 산다고. 예전 같으면 장날 장도 보고 자글자글 끓는 술집 봉놋방 같은 집들도 많아 친구 만나 술잔 돌리다 보면 밤이 새는지 날이 새는지… 재끼(홧토) 자리 기웃거리다 보면 개평술도 있기 마련. 놀음판 맥히로 고무신 신어 봐야 안다고. 지금은 그런 집 눈 씻고 봐도 없다고. 세상이 달라졌으니 이런 집이 예전 그런 집 대신 아니겠냐며 반문한다. 술 친구하면 실속 없다 할지 모르지만 담담한 마음이면 하는 것이고 더구나 난잡스럽거나 한량스럽지도 않으며 무슨 일 억지로 관철시키랴 하는 저의 깔린 술도 아니며 순간순간 엮어지면 엮어진대로 너와 나를 확인시켜 주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겠냐는 주도(酒徒)의 자세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니 안주 없는 술에도 쉬 취하고 동화되는 것이 아니겠는지.
 술청은 누런 황토색 벽지에 봉놋방처럼 따스한 색이다. 속이 아리아리한 찬 술에 선지국 내고 엄동설한에 딸기는 맛배기다. 시장통 집들이 그러하듯 국밥도 내고 하지만 추어탕도 끓이고 탄불에 올릴 수 있는 것이면 다 된다는 집 주인 서일순(58)씨는 “원래 전공은 민물고기요!”한다. 경북김천 시골 고향마을 처녀적부터 익힌 솜씨 “처녀 고기잡이 1호쯤은 될 것이요.” 한 25년을 민물고기집을 운영한 경력이 있으니 반은 고기귀신이라며 이곳으로 시집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고기 잡는다고 똑딱배(조각배)타고 들어오다 죽을 뻔도 하고 그래도 그 장사해서 아들 딸 키워 다 서울로 보내고 지금은 한가하게 나앉았다고. 부담없이 하는 집인지라 한번씩 빼먹기도 한다면서 글 줄 올릴 만한 집이 못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민물고기라면 뭐든지 들고 오쇼, 맛나게 해줄께.” 작년 이맘때 쯤이던가? 국밥집으로 알고 들어갔다가 뜻밖에 가물치회 떠먹고 나온 문제의 그 집. 가물치 저며 내는 솜씨 날람해서 일행들이 놀라 `예술이다’고 평가했던, 무 넣고 지진 어릴 적 맛 못 잊어 잡을 때는 열심이면서도 막상 요리를 하려 들면 쉽지 않은 게 민물고기 요리. 전문가를 만난 김에 매운탕 끓이는 법도 배우고 가물치 붕어 쓸 일이 생겼다고 어디가면 자연산 구할 수 있냐 했더니 요즘 쉽지 않을 거라며 “추운데 누가 저수지에 들어 갈 것이요” 그 물량 어찌 다 충당하겠냐며 중국산이 그리 많이 들어온다고. 그 장사하면서도 한참을 속고 살았단다. 국내산, 외국산 분명치 못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엄동설한에 없는 물고기 내 놓으라해도 내놓을만한 집이다.
 아까부터 노닥거리던 사람들 달린 외상 몇 천원 오늘 묵은 것하고 계산하고 나선다.
 담양시장 내 국밥집 모인 곳 맨 갓집(6호집) 061-381 1815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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