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장 `6호집’
술청은 누런 황토색 벽지에 봉놋방처럼 따스한 색이다. 속이 아리아리한 찬 술에 선지국 내고 엄동설한에 딸기는 맛배기다. 시장통 집들이 그러하듯 국밥도 내고 하지만 추어탕도 끓이고 탄불에 올릴 수 있는 것이면 다 된다는 집 주인 서일순(58)씨는 “원래 전공은 민물고기요!”한다. 경북김천 시골 고향마을 처녀적부터 익힌 솜씨 “처녀 고기잡이 1호쯤은 될 것이요.” 한 25년을 민물고기집을 운영한 경력이 있으니 반은 고기귀신이라며 이곳으로 시집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고기 잡는다고 똑딱배(조각배)타고 들어오다 죽을 뻔도 하고 그래도 그 장사해서 아들 딸 키워 다 서울로 보내고 지금은 한가하게 나앉았다고. 부담없이 하는 집인지라 한번씩 빼먹기도 한다면서 글 줄 올릴 만한 집이 못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민물고기라면 뭐든지 들고 오쇼, 맛나게 해줄께.” 작년 이맘때 쯤이던가? 국밥집으로 알고 들어갔다가 뜻밖에 가물치회 떠먹고 나온 문제의 그 집. 가물치 저며 내는 솜씨 날람해서 일행들이 놀라 `예술이다’고 평가했던, 무 넣고 지진 어릴 적 맛 못 잊어 잡을 때는 열심이면서도 막상 요리를 하려 들면 쉽지 않은 게 민물고기 요리. 전문가를 만난 김에 매운탕 끓이는 법도 배우고 가물치 붕어 쓸 일이 생겼다고 어디가면 자연산 구할 수 있냐 했더니 요즘 쉽지 않을 거라며 “추운데 누가 저수지에 들어 갈 것이요” 그 물량 어찌 다 충당하겠냐며 중국산이 그리 많이 들어온다고. 그 장사하면서도 한참을 속고 살았단다. 국내산, 외국산 분명치 못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엄동설한에 없는 물고기 내 놓으라해도 내놓을만한 집이다.
아까부터 노닥거리던 사람들 달린 외상 몇 천원 오늘 묵은 것하고 계산하고 나선다.
담양시장 내 국밥집 모인 곳 맨 갓집(6호집) 061-381 1815
박문종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