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풍년<편집국장>
 노점의 폐해와 관련한 제보는 항상 논란이다. 제보자는 사람과 차량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무질서하다며 강력한 단속을 주문한다. 또 세금 내고 장사하는 가게들만 손해라는 인식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결국 좌판과 행상 할머니들을 모질게 내몰라 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기운다. “그 할머니들은 어디서 장사해 먹고살라고”에서 막힌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란 마뜩찮은 누군가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노점 할머니의 광주리가 발길을 가로막아 불편하고 붕어빵 오뎅 장사가 소위 `미관을 해친다’한들. 그게 그들의 절박한 삶의 방편인데 내칠 수는 없다. 한 발 더 나간다면 사과 한 봉지라도 사주고 붕어빵도 사먹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는 돌아가는 것이다.
 지역의 한 할인점 주변에는 좌판이 깔린다. 할머니들이 일년내내 배추, 과일, 생선을 판다. 이런 물건들은 할인점 안에도 있다. 매출에 목을 매는 할인점 직원들이라면 신고를 하거나 스스로 단속을 할 법도 한데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직원들은 밤 늦도록 집에 못 가는 할머니 가엾다며 떨이를 해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감동적이다. 세상이 온통 한푼 이익에 벌벌 떨고 작은 불편에도 조바심과 살풍경인데.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제 몫을 덜어낼 줄 아는 마음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지탱된다는 믿음이 솟는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광주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할인점이 들어섰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고객들은 고만고만한 지역 할인점, 재래시장, 동네 가게들의 몰락을 예고한다.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공원까지 사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인다. 막대한 자금이 곧바로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싸게 물건을 사고 일자리도 생겼으니 지역경제에 도움이된다고 강변하는 우매한 관리들도 있는 모양이다. 시장 재편과 경쟁에도 정도가 있다. 공룡 같은 매장 하나가 할머니의 좌판 한 개 놓을 틈도 주지 않고 주변 상권을 싹쓸이하는 건 비정상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와는 영 거리가 멀다.
 세상만사가 기사거리였던 선배가 있다. 그를 상사로 모시던 시절엔 동석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취중 농담에도 `당장 기사로 써라’며 다그쳤다. “기자가 글을 써야지 말로 풀어 먹다니….” 그 서슬에 질려 컴컴한 회사로 발길을 되돌렸던 적도 많았다.
 한때는 그를 뭐든 까발려야 직성이 풀리는 경박한 폭로주의자로 원망했었다.
 어느 겨울 날이었다. 광주역에 부랑자들이 몰려와 이용객들이 불편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현장을 보니 과연 더러는 구걸을 하고 더러는 남의 눈을 피해 모퉁이에 쪼그려 있었다. 지체 없이 고발기사를 작성했다. `광주의 관문인 역사 관리가 엉망’이라고. 기사문의 요건에 하등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이건 안 돼’하며 원고지를 던져버렸다. “결국 이 엄동에 자네 기사로 그 사람들 다 쫓아내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기사에 대한 끝없는 욕심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던 그는 여전히 존경하는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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