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엔 잡다한 것이 들어가야 한다 싱건지나 묵은 김치도 좋고 숙주노물이나 콩노물도 좋다 나물이나 남새 노무새도 좋고 실가리나 씨래기 시락국 건덕지도 좋다 잘못 끓인 찌개 찌끄래기나 달걀을 넣어도 좋지만 빼먹지 않아야 할 것은 고추장이다(중략) 비빔밥엔 여러 가지 반찬과 참기름 고추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작 비빈 밥이 비빔밥이 되기 위해서는 풋것이 필요하다 손으로 버성버성 자른 배추잎이나 무잎 혹은 상추잎이 들어가야 비빔밥답게 된다 다 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어우러지며 익어갈 것들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 새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함께 해야 한다 >(이대흠, ‘비빔밥’중)
자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대흠 시인이 일러주는 비빔밥 잘 비비는 요령은 이렇습니다.
<비빈다는 말은 으깬다는 것이 아니다 비빌 때에는 누르거나 짓이겨서는 안 된다 밥알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들어주듯이 달래야 한다 어느 하나 다치지 않게 슬슬 들어 올려 떠받들어야 된다 (하략)> 읽다 보니 이게 비빔밥 만드는 법이 아니로군요. 묵은 것 새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버무려 살아가는 법, 우리네 사람들 비비대며 살아가는 법이로구나 싶습니다.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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