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는 곳마다 '두바퀴' 표시
남강따라 자전거도로 시원~  

▲ 남강을 따라 시원스럽게 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진주 시민들이 달리고 있다.
폭우·폭염·가뭄 등 지구온난화의 경고가 심상치 않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지구와 지구인을 살릴 수 있는 길.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석유 등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무엇부터 실천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지구를 살리는 ‘두바퀴’ 물건이 있다. 자전거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이 두바퀴에 의지해 자전거 순례를 떠난 이들 있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이 주최하고 에너지시민연대가 후원한 ‘제2회 청년 에너지 자전거 순례’에 참가한 이들은 24일 광주를 출발해 구례→하동→진주→창녕을 돌며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구온난화 경고가 심각해지면서 곳곳의 지자체에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자전거도로 및 주차장 건설 계획을 쏟아놓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자전거가 일상의 대중교통 수단이 되게끔 노력한 곳이 경상남도 진주시. 에너지 자전거 순례단도 진주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직접 달려봤다. 기자도 진주 구간부터 부분 참가해 페달을 밟았다. 진주의 자전거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대안을 찾아본다.




 ▶시민과 지자체 `함께 탄다’

 진주를 찾았을 때 자주 마주치게 된 풍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와 한몸이 돼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주도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는 것이 도시의 문화가 되지는 않았다. 도시의 생활이 자꾸 `편함’을 쫓아가면서 자전거는 도시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자전거 타기 바람의 시작은 2002년부터다. 진주환경운동연합 김석봉 대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발버둥쳐 왔지만 물과 공기는 더 더러워졌다. 우리들의 삶의 조건·양식·환경 등을 바꿀 때, 천천히 느리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전거다시타기’ 운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진주가 2003년 행정자치부로부터 자전거 시범도시로 지정돼 자전거를 탈 수 있을만한 여건도 대폭적으로 개선됐다.

 자전거도로가 62.74km가 마련됐고, 남강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 17.24km도 생겼다. 남강 근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만난 황필연(59)씨는 “중앙시장에 두번이나 갔다 오는 참이다. 자전거 타기 편한 도로가 많이 생겨 씽씽 달린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솔선해 자전거 타기 운동에 동참했다.

 진주시청에 가보면 노란 자전거가 있다. 시청뿐만 아니라 동·면사무소에 자전거 180대가 마련됐다. 공무원들이 가까운 거리로 출장갈 때 이용하도록 한 것인데, 특히 면사무소의 반응이 좋단다.












사진설명
 ▲주택가에서 남강 자전거 전용도로를 잇는 자전거 교량.


 ▶자전거 대중교통 대열에 서다

 진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전거 모양이 그려진, 자전거전용도로나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시도 함께 있다.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와 사람만이 지날 수 있는 전용교량(112m)도 있는데 주택가와 남강 전용도로를 잇는 목적이다. 횡단보도에는 보행자들이 지나는 곳 외에 자전거 표시가 된 횡단보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서 자전거를 배려한 현장들이다.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만든 사례도 있다. 자유시장 옆 3차선이었던 차도를 2차선으로 줄이고 자전거도로 1.85km를 만든 것. 시는 올해도 차도폭을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진주시는 200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법이 제정됐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까지 만든 사례는 거의 없다. 보통 지자체에서 자전거 관련 전담부서와 담당자가 없는데 시에는 자전거도로를 관리하고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시책 등을 개발하는 자전거도로팀이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실상 쉽지만은 않다. 진주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보도 위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도를 막는 불법주정차,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진주시 자전거도로팀 이창수 팀장은 “지금까지는 남강을 중심으로 한 중심축 도로를 만들었고 이 도로를 중심으로 주변 시가지를 잇는 자전거도로를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올해 시 자체적으로 6억5000만원의 예산도 편성했다”며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여건만 더 잘 갖춰놓는다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더 늘 것이다”고 말했다.

진주환경운동연합의 자전거통행량 조사에 따르면 2005년 모두 1만1033대로 2003년 6267대보다 약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현재 더 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33만여 도시 진주, 자동차 대수에 비하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겠으나, 형식적으로 보도에 자전거 표시만 해놓고 자전거를 시민들이 타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지자체들과 진주의 모습은 달랐다.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느끼고, 자연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눈인사 할 수 있는, 또한 자연을 배려하는 자전거의 소중한 가치를 이미 진주 시민들은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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