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자들의 사랑방 `새터한글교실’

▲ 지난2일 북구 풍향동 삐아제 어린이집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터한글교실’ 수업 모습.

 필리핀·베트남·중국 등 외국이 고향인 여성들과 한국남성들과의 결혼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에도 지난 4월말 현재 국제결혼 이민자들이 1800명을 넘어섰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한국문화를 모른다는 것. 농촌 지역에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꽤 돼 이들에 대한 교육이 지자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도심은 아직 걸음마 상태다.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 전부터, `우연한 인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그들이 광주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장이 있어 찾아가봤다.


 관리사무소 한켠에서 시작해 어린이집으로

 지난 2일 북구 풍향동의 삐아제 어린이집. 유아들이 사용하는 키작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한글 공부에 빠진 이들은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 2층 방 안쪽에서는 초급반이, 거실에서는 중급반, 1층에서는 고급반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온전히 엄마들만의 공부 시간이다.

 `새터한글교실’의 시작은 2년 전. 북부경찰서에서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주형 경사와 현재 새터한글교실의 반장인 이사벨(45·북구 운암동)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이사벨이 제 `고객’이었죠. 국적 취득차 경찰서에 사실확인 조사를 하러 왔다 알게 됐어요. 국제결혼 가정들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를 겪는 것을 많이 봐왔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한글교실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사벨이 친구들을 모았고, 북구 문흥동 라인동산아파트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수업이 시작됐다.

 삐아제 어린이집으로 한글교실이 이사하게 된 것은 이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김미라 원장(44)이 박 경사에게 손을 내밀어서다. 지난해 5월쯤이었다.

 “어린이집에 국제결혼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몇 명 다녔는데 알림장 체크가 안 돼 있었어요. 엄마가 한국어를 잘 몰라, 아이들이 기본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도 늦고요. 텔레비전을 통해 새터한글교실 모습을 보게 됐는데 교실도 좁고, 아이들이 엄마들 다리 밑에서 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이 공부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연락을 했죠.”

 

 “친구도 만나고 희망이 보여요”

 엄마들이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 원장과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봐준다. 장소 자체가 어린이집이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교구들도 충분하다.

 고향이 키르기스탄인 이타티아나(29·북구 두암동)씨는 “(애기) 봐줄 사람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큰 애가 유치원생인데 여기서 수업 열심히 받고 아이한테 가르쳐줘요”라며 “집에서 혼자 할 때보다 함께 공부하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숙제도 `해야 하니까’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사벨씨도 “원래 거의 영어만 썼었는데 공부하면서 희망이 보여요. 한글교실에 나오는 엄마들이 시간이 지나게 되면 광주에서 자기 일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수업할 때 20명 내외였던 `학생’들이 이제는 두세 배로 늘어났다. 나눠보고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자원활동가들의 도움도 이어져 한글교실도 수준별로 분반을 하게 된 것이고 부모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은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들을 양육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부모교육은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적절한 말을 해주고 대처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부모교육 강사 김현희(51)씨는 “결혼한 여성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와 시댁 문화가 맞지 않는 것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 스트레스 해소 방법, 자아정체감을 지키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교육한다”며 “한국 남성들에게도 교육하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반가운 소식도 있다. `다문화가정사랑회’라는 이름으로 사단법인화하고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하다 보니 책임감이 들었어요. 지역자원을 연계해 컴퓨터 프로그램, 요리교실, 문화체험, 노래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부족하죠”라며 “국제결혼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고 다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야 해요. 지자체에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 514-2111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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