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하는 `도시속참사람학교’
과거 잊고 미래 꿈꾸는 청소년들 `학교밖 학교’
“지금 우리는 인성·자존감 회복하고 미래 설계중”

 미연(가명)이는 오늘도 꿈을 꾼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과거를 벗어 던지는 꿈이다. 가끔 곤두박질치기도 하지만 추락도 좌절도 아니다. 아픔을 잊고 미래를 설계한다.

 미연이는 열여덟 살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에 다녔지만 올해부터 `보호관찰청소년 사회적응 프로그램’인 `도시속참사람학교’(남구 월산동)에 다닌다. 미연이는 이곳에서 작은 희망을 키우고 있다. 학교를 중퇴한 뒤 티켓다방을 전전하던 그는 지난해 청소년전화 1388에 구조됐다. `상담소’의 소개로 이곳에 와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오는 8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대학에 도전할 생각이다.

 “다시 학생이 돼 공부하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사회, 과학 과목이 어렵지만 자신 있습니다. 대학엘 가면 디자인을 전공해 비즈공예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미연이는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설명했다.

 `도시속참사람학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문제, 학교폭력 등으로 중도 탈락한 청소년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대안학교다.

 지난 18일 오전 10시10분 도시속참사람학교 교실. 첫 수업은 독서지도 및 상담이다. 학생들이 책, 영상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김현희 교사는 `꿈은 이뤄진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던졌다. 아이들은 미래에 있을 자신의 행복을 말하고 미용사, 외교관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했다.

 같은 시간 옆 교실에서는 김여진(20·가명)양이 자원봉사자의 지도를 받으며 1대1로 수학 수업을 받고 있다. 검정고시에 대비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2년째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양은 법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 나이가 많아 미래가 불안하다는 영철(20·가명)이는 중 3때 자퇴했다. 보호관찰소에서 재범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친구들보다 5~6년 늦게 공부하고 있다. 영철이는 사회가 필요로 한 학력을 갖춰 기술직에 도전할 생각이다. 











 자원봉사자 김현희씨가 남구 월산동 도시속참사람학교 교실에서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김현희씨가 남구 월산동 도시속참사람학교 교실에서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김현희씨는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해주고 있다. 친구 관계나 취미, 스트레스해소법 등을 반복해서 가르쳐 주기 때문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학생들을 칭찬한다.

 김씨는 “청소년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자아형성인데 이곳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뒤늦게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속참사람학교는 2001년 문을 열었다. 교육목표는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자주적인 사람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여 창의적으로 실천하는 사람 △진정한 인성을 형성하여 바른 일을 실행하는 사람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협동과 봉사정신으로 남을 돕는 사람 등이다. 지난 2005년부터는 보호관찰소 위탁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겸하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있으면 별도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수 있다.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학생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체험학습도 수업과목의 하나다.

 손기순 교사는 “보호관찰소 보호를 받는 이곳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탈, 정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적성에 맞춰 자신의 진로를 찾고 검정고시를 준비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미술치료 프로그램. 찰흙이나 컬러 점토를 이용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보고, 가장 힘들었던 일을 그리고 난 후 다른 종이에 부정적 감정이 없어질 때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사회에 적응할 지 깨닫게 된다.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혜진씨는 “미술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미술작품을 통해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도시속참사람학교’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운영된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은 모두 18명. 보호관찰소의 위탁을 받은 학생과 쉼터, 상담소에서 온 16~21세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교사 2명, 자원봉사자 16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이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최소한 학력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들이 검정고시에 매달리는 이유다.

 “학교밖 학교이지만 영어, 수학, 과학 등 교과 과정을 비롯해 특별활동·재량활동 교육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교감한다”는 게 이 학교 하방수 교장의 말이다. 자원봉사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공부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하 교장은 “학교 이탈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고 긍정적인 사고와 사회적응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곳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는 교사가 지도하지만 밖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관심과 교육시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피자데이’ 행사를 갖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들이 마련해준 특별한 잔치다. 가정문제나 진로, 친구문제 등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소년원에서 가퇴원·가석방돼 법원으로부터 6개월 또는 2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정규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이들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검정고시에 합격해 수능을 준비하겠다는 아이부터 자신의 가게를 차리겠다는 아이까지, 학교밖 아이들의 꿈은 점점 영글어 가고 있었다. 글=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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