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통 숲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오히려 좋은 문수사의 단풍.

 온 산들이 붉은 바람으로 일렁입니다. 지난 여름 겨울준비를 다 마친 나무들이 내년을 준비하고자 봄부터 에너지원이 되었던 잎들을 떨어뜨리는 지금이 우리들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는 시기입니다.

 왜? 가을산을 자주 찾으시는지요? 물어보지 않아도 모든 분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숲이 좋고 단풍이 좋아서”입니다.

 숲은 인간의 고향이고 문화가 시작된 시발점입니다.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숲이기에 이 숲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좋은 숲’은 자연이 기른 것이기에 이 숲에 들어가는 이들은 반드시 지켜야 할 예의가 있습니다. 비온 뒤의 청량감처럼,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탐방하는 곳에 감사하는 마음만 남기고 오셔야 합니다.

 `좋은숲’에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고창군 고수면에 위치한 문수사의 노거수 단풍나무 군락지를 찾아갑니다. 문수사는 백제 의자왕 4년(644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서 지은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이웃한 선운사나 백양사, 내장산 단풍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곳입니다. 오히려 100~400년생 수백 그루가 자생하는 군락지이며 2005년도에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입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아름드리 아기단풍나무와 더불어 문수사 경내까지 가만가만 걷다보면 시나브로 주변 경치와 분위기에 젖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주변이 온통 숲이고 사람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문수산 뒤편에 자리한 장성 금곡영화마을과 축령산 휴양림이 이웃하고 있어 늦가을 가족들과 연인끼리 흙먼지 나는 시골길을 걸으면서 길옆 주변에서 바람에 하얀 씨앗을 날리는 억새와 구절초, 쑥부쟁이, 향기진한 산국의 향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시면 금곡마을 입구의 `금곡미술관’과 언덕위에 자리한 `세심원’에 들러 청담 변동해관장님의 구수한 얘기를 들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피톤치드 발생량이 가장 많은 편백나무와 삼나무 조림지인 축령산휴양림도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가 볼수 있는 단풍나무는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에는 1속 15종이 있고, 낙엽 활엽 교목과 관목으로 단풍나무 종류들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하여 일일이 비교 설명하기가 어렵기에 모두를 그저 단풍나무로 부르고 있습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는 잎이 5~7개로 갈라지고 목재는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나무로도 일부 사용했기에 재질이 좋아 지금은 체육관의 바닥재, 악기재 등으로 널리 쓰이는 좋은 나무입니다. 고로쇠나무는 골리수(骨利樹)라고도 부르는데 3월초 경칩전후 약 1주일에 나오는 수액이 가장 좋다고 하며 위장병, 신경통, 허약한 체질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당단풍나무는 잎이 9~11개로 갈라지며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단풍나무중 마른 잎을 가지에 매달고 있는 단풍나무가 당단풍나무입니다. 신나무는 단풍(丹楓)나무의 기준이 되는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고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멀리 보이는 가을산에서 진홍빛의 단풍색이 아주 고은 나무는 십중팔구 신나무이기에 선조들이 `단풍나무하면 신나무`로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짚신을 닮은 잎은 3개로 나누어져 있어 구별하기 쉽고 가지에 탄력이 있어 옛날 먼길을 나설 때 여러개의 짚신을 신나무 가지에 매달고 다녔다고 합니다. 색목(色木)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잎에서는 스님들의 법복인 장삼의 염료인 회흑색의 물감을 얻는데 사용하였고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기구재, 세공재 등으로 이용됩니다.

 설탕단풍나무(Sugar maple)는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붉은 단풍나무입니다. 미국의 중서부와 캐나다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낙엽교목으로 가을에 황적색의 단풍이 아름다워 우리나라에는 관상수로 심고 있다. 이른 봄에 고로쇠처럼 수액을 채취하여 끓여 만든 진액을 매이플시럽이라 하는데 인디언 원주민들이 전해 준 것처럼 설탕 대용으로도 사용하고 건강음료로 유명한 관광상품 이기도 합니다.

 은단풍나무는 잎의 뒷면이 은색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2월말에 꽃을 피워 5월에 열매를 맺는데 단풍나무 종류중 열매가 크기에 바람에 날려보면 프로펠러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날라가는 모습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합니다.바로 파종하면 싹이나와서 한해동안 1M 이상으로 자라는 속성수 이지만 수액의 달콤함 때문에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애벌레의 서식장소로 이용되다보니 속이 비워져 돌풍이나 바람에 쉽게 넘어지거나 부러져 큰 나무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지조를 중히 여긴 선비들은 가을 찬 바람에 물들어가는 단풍은 변절의 상징이라고 여겨 절의를 숭상한 지사들 집 정원에서는 단풍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끝으로 문수사를 찾아가는 길은 장성 금곡영화마을에서 가는 길과 고창읍을 경유해서 고수면에서 조산저수지를 지나 은사마을을 지나 문수사로 가시면 됩니다.

김세진 <생명숲학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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