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삽재골 야생화농원

▲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야생화를 키우는 육묘장. 3000평 규모다.

 그 곳에 꽃이 핀다. 계절은 큰 상관이 없다. 꽃은 언제나 핀다. 다만 봄과 가을에는 많이 피고 여름과 겨울에는 적게 핀다. 들꽃들의 속성이 그렇다. 꽃은 봄과 가을이다. 이 겨울 어쩌다 피는 꽃이라도 반갑다. 꽃이 아니더라도 식물들의 푸릇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담양 삽재골 야생화농원이다.

 그 곳에 가면 느낌이 있고, 재미가 있다. 단지 야생화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식물들의 품성을 알 수 있다. 화분을 만들어 그 화분에 식물들을 옮겨 심고 나만의 야생화를 가질 수 있다.

 삽재골 야생화농원의 탄생은 아주 우연이었다. 그러나 지금 담양에 있는 야생화 관련 시설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사시사철 야생화를 키우는 육묘장만 3000평이다. 들어서면 푸른 기운이 넘치고, 살아있는 것들의 향기가 몸을 채운다. 죽은 계절에 만나는 삶의 숨결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들꽃들을 좋아했다. 길가에 핀 꽃들을 보면 옮겨오고 싶었다. 겨울에도 그 들꽃들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방법이라면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두는 것이었다. 오래 곁에 있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삶 자체가 식물들과 함께 걷는 일이 되었다.” 주인 김성남(47)씨의 말이다.

 15년 전이다. 농장의 주인이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에 야생화를 키웠다. 모두 산이나 길가에 피어났던 꽃들을 옮겨온 것들이었다. 제비꽃이나 금낭화, 할미꽃이 주류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꼭 10여 년 전부터 야생화로 생계를 꿈꿨다. 본격적으로 야생화 농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꿈을 현실로 이룬 사건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화분이었다.

 화분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작은 하우스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농원이 됐다. 그 집의 화분은 특별하다.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그냥 다듬어서 만드는 `토분’이다. 오랜 시간동안 야생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디자인을 많이 개발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화분들이 많다. 가마도 갖추고 있는데 이틀에 한 번씩 가마에 화분을 구워낸다. 워낙 많은 화분을 만들어내다 보니 가마도 금방 탈이 난다. 농장을 시작하고 벌써 다섯 번째 가마를 바꿨다.

 삽재골 야생화농원에 있는 야생화는 600종이 넘는다. 야생화의 70%는 봄에 꽃을 피우는데 온실을 갖춰 일정 온도를 유지한다. 미니코스모스, 풍란, 와송, 청옥, 홍옥, 자란, 붉은 인동, 구련복, 새우난, 나무수련, 금낭화 등을 많이 찾는다.

 주말이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 가족단위로 토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 운영하기 때문이다. 만든 화분은 야생화를 심어서 집으로 우편 배달해 주는데 실비인 유약비와 택배비 정도만 받는다. 한 가족이 기본 12개의 화분을 만드는데, 주인이 직접 만드는 과정을 모두 설명해 준다.

 점점 겨울이 깊어진다. 봄날까지는 아직 멀다. 미리 따스한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 기운이 살아있음의 숨결이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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