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학교 테다소나무숲

보여줄 게 많다는 봄입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봄을 맞이한다는 노란색 영춘화가 피어있습니다. 언뜻보면 개나리처럼 보이지만 4월에 피는 개나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발밑의 푸르름 속에는 앙증맞은 개불알풀의 꽃들이 피어나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붉디붉은 동백꽃의 꿀을 온종일 빨아대는 직박구리의 요란함이 싫지 않은 봄이 온 것이죠.

“내게 나무는 희망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인문학자의 독백처럼 나무는 우리네 삶에 많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노거수로 자란 나무는 그 주변 문화와 민속, 환경의 원형이 얼마나 잘 보존되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기준이 되며, 철마다 많은 자연의 선물을 안겨 줍니다.

봄을 맞아 이번에는 멀리서 보아도 `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쌍촌동 호남대학교 교정안의 아름드리 테다소나무(타이다소나무)를 안아보고자 합니다.

이곳은 과거 전라남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있던 자리로 지금도 갈참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굴거리나무, 벚나무, 전나무, 소나무, 아카시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도심 속의 생태 숲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숲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요즘, 뿌연 황사바람을 도심 숲이 정화시켜 주는 것을 보면 도시의 숲이 얼마나 큰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산소공장이자 시민들의 건강욕구를 충족시키는 건강샘인 것이죠.

이러한 도심 숲에는 다양한 새들도 많기에 잠시 잠깐 나무아래 의자에 앉아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어보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호남대학교 입구에 있는 테다소나무는 미국 남부 루지아나주, 미시시피주, 텍사스주 등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소나무의 한 종류로 생장이 빠른 속성수입니다. 상록침엽수로 높이 25m 이상을 자라고 솔잎은 3개씩 모여 나며 길이는 15∼23cm 정도로 일반 소나무 잎보다 길게 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추위에 약하기에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1934년 심은 2그루의 나무는 현재 광주시 보호수 10호와 11호로 지정돼 20m 정도의 키와 흉고직경 약 96cm에 달하는 큰 나무로 자라고 있습니다.

뿌연 황사바람을 피해 도망치다시피 찾아간 도심숲에서 테다소나무를 안아보면서 정호승 시인의 `나무들의 결혼식’을 떠올려 봅니다.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 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 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김세진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홍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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