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화 상록전시관장

“시립미술관이 대형전시가 중심이라면 금남로분관은 변화하는 미술계의 흐름을 속도감 있게 짚고 청년작가를 발굴하는 공간입니다. 이에 비해 상록전시관은 전시와 함께 특화된 시민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나눠 갖게 될 겁니다.”

장경화(50) 상록전시관장이 밝힌 상록전시관의 위상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중외공원의 본관 외에 금남로분관, 상록전시관, 그리고 서울 인사동 분관 등을 포괄하고 있다. 각 공간별로 나름의 특성이 있는데, 상록전시관의 경우 그 시설규모나 주변 공원환경을 볼 때 나름의 독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런 고민은 장 관장이 시립미술관의 흐름을 꿰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당시의 유일한 학예사로 인연을 맺어, 지금껏 시립미술관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또 그는 1, 2회 비엔날레의 한복판에서 직접 전시를 치러냈고, 광주시에 금남로분관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1년간 미국 뉴욕미술관에 파견돼 현대미술에 대한 시야를 넓혔고, 2005년부터 금남로분관의 운영을 맡아오던 중 지난 9월 상록전시관 개관과 함께 두 곳의 ‘관장직’을 겸임해오고 있다.

그는 “2006년 당시 폐허처럼 남겨진 옛 전남지사 공관을 봤을 때,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끊이지 않는 새 소리가 좋았단다. 게다가 그 자체로 훌륭한 도심 속 녹지공원까지.

“봄이면 이 일대에 벚꽃이 만발합니다. 오는 봄엔 푸른 잔디광장에 작은 무대와 조명을 달고, 야외 공연도 열겁니다. 그 땐 전시관 폐관시간도 늦춰, 시민들이 공연과 전시를 함께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상록전시관에 대한 그의 생각은, 기존 전시관 개념을 뛰어 넘고 있었다. 이유가 있다.

“근대의 미술관에선 전시가 전부였지만, 현대의 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교육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 세미나나 강좌, 체험교실, 그리고 전시까지 모두가 결국은 예술교육을 위한 겁니다. 공연 역시도, 시민들에게 예술을 보다 가깝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인 셈이죠.”

앞으로 상록전시관에선 전시분야 중에서도 사진이나 건축, 공예분야의 전시를 특화해 꾸밀 참이다.

“전통적인 회화미술에 비해 이 분야는 해당 작가들의 발표 움직임도 적지만, 이들에 대한 지역 미술계의 배려도 적었습니다. 함께 끌어올려야죠.”

적은 인원과, 빠듯한 예산으로 상록전시관과 금남로 분관을 오가느라, 그의 하루는 오늘도 짧기만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상록전시관에서 앞으로 펼쳐낼 일들로 가득하다.

“이곳 공간만 놓고 본다면, 어두운 시대의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에게 특화된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줄 때가 된 거죠. 그게 시민 세금으로 일하는 저희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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