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놀이, 여기에 다 있네

▲ 어린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토피어리’ 강좌.

미술관이 미술 애호가들만의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린 지 오래다. 또한 미술관이 미술작품만 덩그렇게 내걸면 되던 시절도 지났다. 미술에 관심이 있건 없건 일반 시민들과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시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미술계의 현실.

광주시립미술관이 한달에 한번은 미술관 로비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미술교육이다. 그 핵심 기능을 하는 곳이 미술관 문화센터다.



유아부터 청소년·어른까지 연간 130여 개 강좌

미술관 본관 건물과 반대편쪽에 입구가 있는 ‘어린이문화센터’. 이 곳이 그 중심이다.

이름이 ‘어린이 문화센터’이고 그 안에 어린이갤러리도 있지만, 그 속내를 보면 꼭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곳은 아니다.

어른을 위한 강좌도 있고, 때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45개월 이하의 유아와 엄마가 함께 놀며 배울 수 있는 ‘엄마랑 나랑’이나 초등학교 입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아문화강좌’,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문화강좌’. 때론 어린이 방과후 강좌도 별도 운영하기도 한다.

‘엄마랑 나랑’의 경우 다시 5~6개의 세부강좌로 나뉜다. 하바놀이나 그림책 여행, 신체 표현놀이, 또는 주물럭 도예교실 등이 눈에 띈다. 유아문화강좌에는 레고를 이용한 놀이강좌도 있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미술강좌도 있다. 엄마와 아기가 동화를 통해 놀고 배우는 동화세상 프로그램도 엄마들의 인기 강좌다.

이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강좌라면, 성인을 위한 문화강좌도 따로 있다. 어린이들 강좌가 주로 지상 1층 7개의 방에서 진행되는데 반해, 어른들 강좌는 지하에 도예실을 비롯한 실습실이 따로 있다.

이곳에서는 생활 도예강좌, 수채화, 누드크로키, POP레터링, 한지공예, 퀼트, 연필인물화, 꽃으로 그리는 압화 등의 강좌가 연중 이어진다. 지난해 6차례에 나뉘어 진행된 132개 강좌에 모두 2027명이 수강했다.



찾아가는 미술관 활동도

시립미술관의 미술을 통한 소통과 교육은 미술관 안에 머물지 않는다.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미술관은 3년 전부터 방학을 이용해 지역의 아동생활시설에 단기간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일년에 한 차례인데다 기간이 짧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형제사라는 아동생활시설과 시립미술관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어요. 시설 측에서 아이들이 미술 교육을 꾸준히 받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 왔고, 우리도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에서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죠.” 시립미술관 임종영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부터 매주 월요일, 지도교사인 류승하 씨가 형제사에서 ‘찾아가는 미술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형제사 아이들의 작품이 어린이 갤러리에 전시된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최현정(가명) 군은 자신의 희망인 치과의사를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2학년인 정지훈(가명) 군은 자신이 꿈꾸는 우주를 구체적으로 잘 표현했다.

미술에 두려움을 느끼던 아이들은 꾸준한 만남과 교육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대회에 입상하는 등 실력이 늘었다.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은 이벤트성이나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다른 미술관에도 귀감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장애학생들 문화체험

미술을 통한 희망 프로젝트 첫번째가 ‘찾아가는 미술관’이었다면, 두번째는 특수학급 청소년들의 문화체험 교실이다.

오치초·동산초·제석초 등 7개 초중학교에 다니는, 지적·발달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이 한 달에 두 번씩 미술관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학생들의 자신감도 확대되고 사회와 관계의 고리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해는 참여학교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강좌를 통해 익힌 것들이 전시된다는 점.

수채화와 압화, 퀼트 등 어른들의 작품 외에도 강좌를 마친 아이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널찍한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8살된 아들 윤진명 군과 함께 어린이갤러리를 찾은 국승희(45) 씨는 “아이가 4살 때부터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자주 보여줬다”며 “최근에 미술학원에 보냈더니 선생님이 ‘색깔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고 하더라”며 좋아했다.

이광재·조선 기자 jajuy@gjdream.com











 ▲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만든 `탈’을 써보며 즐거워하는 `형제사’ 아이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