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달짝지근 겨울에 먹는 가을맛-‘얼린 홍시’

 바야흐로 야식이 땡기는 계절이다. 겨울밤은 길기도 하다. 잠 못 이루는 시간 간식 생각이 절로다. 이맘때쯤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엔 까치밥이 있다. 바로 ‘얼린 홍시’다. 잘 익은 홍시를 얼려놓고 겨울동안 하나씩 하나씩 꺼내 먹는 것.

 ‘얼린 홍시’는 허전함을 채우기에 충분한 양에, 밤 늦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감 특유의 단맛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꽁꽁 언 홍시를 반으로 갈라 한 조각씩 입에 넣는 순간의 느낌이란. 안 먹어본 사람은 모른다.

 ‘얼린 홍시’가 우리집 겨울 대표 간식이 된 것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기 전 아버지께서 꼭 하시는 일이 있다. 바로 홍시 얼리기다.

 초겨울 첫서리가 내리면 아버지는 곧장 시골 할머니 댁으로 향해 긴 대나무 장대로 감을 따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감을 씻은 후 종이 상자나 플라스틱 용기에 떫어 못 먹는 감을 한가득 채우셨다. 이 감들이 물러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냉동실행이다. 한 때는 곶감을 만들기도 하고, 익기를 기다려 홍시로 먹기도 했지만 어느해부턴가는 거의 대부분이 냉동실에서 얼려지기 시작했다. 시원하면서도 단 맛이 강한 얼린 홍시를 더운 여름에 아이스크림처럼 먹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 번도 여름까지 먹어보지 못했다. 겨울이 가기 전 얼린 홍시가 이미 동이 나기 때문. 그 후 ‘얼린 홍시’는 우리집 겨울 별미과일이 됐다.

 얼린 홍시는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찬바람 불 때 먹어주는 게 별미다. 꽁꽁 언 홍시를 얼려놓고 겨울동안 하나씩 하나씩 꺼내 먹는 것은 어떤 간식보다 맛있다.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먹기 10~15분전 꺼내 살짝 녹여 먹는 홍시는 아이스크림에 비할 바 아니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되고, 우유나 요구르트를 조금 섞어 언 상태로 갈아먹어도 맛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녹여 먹는 맛도 일품이다. 이 중 대봉은 얼린 홍시의 ‘특식’으로 하나만으로도 맛과 양을 평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겨울에 먹는 홍시의 특별한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얼린 홍시를 드시면서 아버지는 “겨울에 감사하게 되는 가을 맛”이라며 “가을에 수확한 홍시를 볏짚에 켜켜이 쌓아 항아리에 넣어두면 겨울까지 너끈히 먹을 수 있었다”고 어닐 적을 회고하곤 하신다. 냉동실이 항아리를 대신했지만,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언 홍시가 아버지의 겨울 간식 중 최고가 됐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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