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녹색교통 주부들, 자전거길찾기 6개월

▲ 녹색교통연합은 지난 3월말부터 40대 주부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전거길 실태조사를 했다.

 그간 광주에서 이런 시도는 없었다.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가 분명하다. 시민들이 직접 차도를 달리며 자전거길 찾기에 나섰다. 녹색교통연합이 지난 3월말부터 매주 월요일 광주 주요 구간별 실태 조사를 했다.

 각 구간은 레저 개념이 아닌 철저하게 실생활에서 출퇴근 개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현재 자가용 운전자들이 그렇게 이용하고 있는 광주의 주요 도로 10구간이었다.

 광주를 동서로 남북으로 지나가는 차로, 광주천, 지구와 지구를 잇는 차로, 제1순환도로, 지하철1호선 구간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런 노선들을 한 번에 가는 대중교통이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서 자전거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실태조사에는 40대 이상 주부들이 참여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전문가가 아닌, ‘아줌마들의 눈높이’에서 자전거길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이야기가 있는 자전거길을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을 사전 답사하면서 광주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지요. 그런데 올레길이나 둘레길은 걷기 위한 길이고, 우리가 찾고자 했던 길은 대도시인 광주에서 일도 하면서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환경도 살리고 교통의 수단이 되는 그런 길 말입니다.”

 광주녹색교통운동 김광훈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물론 광주시내 자전거 도로가 표시된 지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시가 시내 곳곳의 자전거 도로를 표시한 지도가 있다. 지도 뒤에는 광주시가 추천한 6코스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흡했다.

 “명색이 자전거 지도인데 자전거 타라고 만든 지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뒷면에 자전거 대여에서부터 여러 정보가 실리기는 했는데 조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추천코스도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고.”

 광주시내 자전거길 찾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광주에서 일하면서 자전거탈 수 있는 길 찾기

 6개월간 땀을 흘리며 광주시내 곳곳을 다녔다.

 보람도 컸고, 즐거움도 많았다.

 자전거길 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녹색교통운동 안경남 팀장은 “개인적으로 배려라고 하는 것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만 배려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만약 자전거가 활성화 되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사회가 조성된다면 도시 문화적 배려가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은 광주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오늘은 양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설레임이 더해지는 시간이었다”면서 “길을 찾는 의미뿐 만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도 했다.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이상주 씨는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기에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며 “보행도로와 혼용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중간마다 가로막는 장애물이 너무 많은 탓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전거길이 제대로만 된다면, 차도를 이용해도 위험하지도 않고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정철 씨도 같은 느낌이었다.

 한 씨는 “자전거도로라고 만들어 놓았는데 중단되기 일쑤고,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이나 상가에서 내놓은 물건들을 피해가야 하는 어려움이 많다”며 “불법을 단속하는 행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에는 차도로 달릴 수밖에 없는데 버스 운전사분들은 자전거를 차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물로 생각하고 ‘빵빵’거리거나 옆으로 ‘쌩’하고 지나가는 차량도 많다”면서 “차와 자동차가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 탓에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아직 차도를 자전거가 달린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전거길 찾기는 계속됐다.

 

 역사와 이야기 있는 ‘발구름길’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첫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빛고을 발구름길’ 10개 코스였다. 코스마다 각자의 이름을 붙였다. ‘동서길’‘남북길’‘광주천길’‘1순환도로길’‘광산구길’‘5·18민주길’‘국도1호선길’‘학구당길’‘중앙공원길’‘지하철1호선길’. 녹색교통운동이 주부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직접 찾은 ‘빛고을 발구름길’ 10개 노선이다.

 10개의 빛고을발구름길을 찾았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았다. 직접 달리며 찾은 발구름길 10개 노선을 지도로 만들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건 그 첫 번째다.

 김광훈 국장은 “종이지도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빛고을발구름길 구간별 지도를 예쁘게 만들어 티셔츠 뒷면에 새겨 넣을 생각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앞 사람의 티셔츠 뒷면에 새겨진 지도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빛고을발구름길 10개의 구간이 모두 담긴 전체 지도제작은 기본이다.

 길 주변을 뒤지는(?)는 것도 남은 과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빛고을발구름길 주변의 역사를 되살리는 일이다. 예컨대 “저기에 옛날에 은행나무 정자가 있었는데 베어버리고 옮겨버렸다”면 그 자리에 은행나무를 심고, 00사거리 등 지금의 행정식 지명이 아닌 ‘은행나무 사거리’라는 역사가 담긴 아름다운 명칭으로 바꾸는 일이다.

 주변의 새로운 자전거길도 찾을 생각이다. 10개의 빛고을발구름길이 도심의 간선이라면 새로찾을 자전거길은 간선과 잇닿은 지선 개념이다.

 빛고을발구름길 주변 어디에 가면 물먹기 편하고, 화장실은 어디에 있고, 자전거 수리는 어디에서 하면 좋은 지 등 범례도 찾을 생각이다.

 더 큰 꿈도 있다.

 빛고을발구름길이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빛구을발구름길은 일차적 목표가 자전거의 교통수단 활성화입니다. 이를 통해 환경모범도시가 되는 것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갈 수 있는 것이고, 빛고을발구름길을 통해서 관광의 효과까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단순히 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와 연계시키는 거죠. 거기에 광주의 옛것을 찾아 덧붙이면 충분히 관광상품화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경제적 효과도 창출될 것이겠죠.”

 김광훈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또 하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조성이다.

 김 국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자전거길은 찾길이고 당연히 위험한 길이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자전거가 교통의 수단으로 아주 좋고, 부가적인 것 까지 생길 수 있으니까 광주시에서 안전하게 개발하라는 암묵적인 제안을 주부들과 외국인들과 함께 광주시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빛고을발구름길이 자전거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더 배려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믿음이고 바람이다.

글=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사진=녹색교통연합 제공











 ▲회원들이 빛고을발구름길 찾기를 위한 회의를 하고(왼쪽) 길찾기 도중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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