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저온…폭우…일조 부족…폭설

▲ 지난 6월 나주에 강풍을 동반한 우박이 내리는가 하면 3월엔 비오는 날이 가장 많은 등 이상기후가 끊이질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지난 1939년 기상관측 이래 광주·전남의 각종 기후 기록들이 대거 경신됐다. 이 같은 이상기온 탓에 배 재배 농가 등 농업 분야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21세기 말까지 기후변화는 가속화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때문에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농업 피해에 대한

 ‘연 평균 기온 1.6도 상승, 연 강수량 20.2% 증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난 70년간 광주지역 날씨의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다. 올 들어서도 이상기후 현상은 끊이지 않았다. 겨울철 폭설, 봄철 이상저온과 우박, 여름철 일조 부족과 가을까지 이어진 무더위에 태풍과 폭우 등 기상재해가 겹쳤다. 이로 말미암아 결국 ‘배추파동’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같은 온난화, 기상이변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조시간 변화는 전체 평균값이 감소하는 가운데, 연간 변동폭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재해율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 강수량 역시 전체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강수일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국지성 폭우의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기상이변과 기상재해는 특히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생육 부진이나, 생산성 저하, 품질 저하는 물론 병충해 발생 증가로 인한 2차적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구와 소득 증가에 따른 식량 수요의 지속적 증가,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체에너지용 바이오연료 곡물 수요 증가 등은 농업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경영 위기를 초래하면서 국가 식량 안보에 직접적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늦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대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할 이유다.

 지난 14일 광주환경운동연합 기후포럼이 마련한 ‘광주전남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와 대책’이란 포럼을 통해 그 현실과 대책을 살펴봤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일조부족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자그마치 1만4105ha다. 여의도 면적의 150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냉해 피해는 3만8763ha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냉해 피해는 전남지역이 심했다. 전남의 경우 냉해로 말미암은 피해 규모가 2만3245ha에 달했다.

 일조부족으로 말미암은 피해현황을 보면, 올 1월에서 4월사이 광주전남지역은 강수량이 많고 일조시간이 적은 특징을 보였다. 평균기온이 5.3도로 평년대비 0.8도 정도 높았다. 이 기간 강우일수는 46일로 전년 34일보다 12일이나 많았다. 일조시간은 533.9시간으로 전년대비 91.7시간이 적었고, 평년대비 133.1시간이 적었다. 이로 말미암은 광주전남 피해면적은 1556ha로 전체 재배면적 6291ha의 24.7%에 달했다. 특히 딸기(345ha)와 토마토(325ha), 애호박(119ha)의 피해가 컸다.

 우박으로 말미암은 피해도 있었다. 지난 6월8일 나주 노안 일대에 1시간 가량 강풍을 동반한 우박이 내려 212ha에 달하는 피해가 있었다. 특히 배(160ha) 재배농가의 피해가 컸다. 보리나 밀 등 맥류 저온피해도 커, 1만4304ha(전체 재배면적 2맘2275hadml 64.2%)의 피해가 있었다.

 

 일조량 피해 면적 여의도 1500배

 농작물의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요인은 온도와 일조량이다. 기온 상승은 농업생산성 감소와 농산물의 품질 저하, 잡초 및 병해충 발생증가 등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길어지는 생장기간 등에 따른 생산성 증가, 시설난방비 절감 등은 또 다른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농업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협 또는 기회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작물재배 한계선의 북상을 가져오고 있다. 사과·복숭아·한라봉·녹차의 주산지가 북상해 새로운 산지가 형성됐다. 특히 전남과 경남 등 내륙지역에 망고나 바나나·한라봉 등 열대작물이 재배되기 시작했고, 올해 감귤이 고흥지역에서 재배, 출하되기도 했다.

 

 고흥에서 감귤 생산…재배 한계선 북상

 이렇듯 농업분야는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취약부문이다. 특히 식량안보와 직결돼 있음에도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대한 통계자료 분석 수준에 머물러왔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들어 아열대 채소·과일에 대한 연구 개발이 전남·제주·경남에서 이뤄지는 수준이다.

 기후와 농업생산의 관계를 수리적으로 모델화하는 동태모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고, 미래 영향에 대한 예측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 소규모 온실실험에 국한돼 있어 장기 실측 실험자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의한 병충해, 잡초발생 등으로 말미암아 작물 생산이 영향을 받는 2차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한국온실작물연구소 서범석 소장은 “이상기후에 의한 농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종합모니터링시스템 구축, 현장 지원시스템 구축 등 종합정보수집과 분석을 전담하는 ‘연구-행정-지원 종합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우리 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저항성 품종 육성 연구, 진전되는 온난화에 대응한 아열대 과수, 채소품목의 선발과 보급, 노지작물의 시설화 지원을 통한 재해경감 및 고부가가치화 농업추진, 정보전산기술을 이용한 신속한 농업재해 모니터링 및 관치체계 구축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해외 선진농업국 사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서 소장은 “해외 선진농업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해경감 예보, 모니터링 종합시스템과 같이 우리 지역에 소재한 전문기관을 활용해 중앙농업기후대응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서 “지역의 농과대학과 농업연구센터, 농업행정기구 및 농업인지원단체 등이 참여해 이상기후와 관련한 전문교육, 연구개발, 산업화 및 정책사업 추진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품목별 지역단위 산학연관 관리체계를 유기적으로 가동해 농업재해가 없는 우수 기후관리 생산단지 조성 시범사업은 미래 대응형 산지 재편산업으로 인식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미래농업산지는 향후 전남의 녹색농업 추진을 위한 성장도력 기반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해경감 예보시스템 등 개발 시급

 기후변화에 따른 지자체의 적극적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광주발전연구원 이홍주 연구원은 “국민의 88.6%가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적응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특히 정책관련 공무원의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도 인식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영향과 피해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는 공간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기후변화적응 조치는 지역단위에서 실행되어야 하고 사회 전반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 향상을 통한 국가차원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완화 대책, 도시인프라 등의 계획과 통합적으로 연결돼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 문제인식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적응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남구 백운동










 ▲황사로 뒤덮인 광주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