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풍영정천 사랑모임·수생모·소태천과 친구하기·황룡강 지킴이’의 공통점은?

▲ 소태천 지킴이로 나선 `소태천과 친구하기’ 회원들. 지난 9월부터 소태천 정화활동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소태천 지키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주전남녹색연합 제공>

 수곡천은 오랫동안 참 좋은 친구였다. 들풀에게도, 곤충들에게도, 새들에게도, 물고기들에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참 좋은 친구였다. 그 속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여오는 정다운 곳이었다.

 그런데, 수곡천 주변 산책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수곡천에 콘크리트 석축이 쌓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수곡천과 함께 살았던 많은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었다. 비가 오면 기름띠 같은 오염 물질이 수곡천으로 바로 흘러들었다. 하수관을 통해 오·폐수가 흘러들어 수곡천을 오염시켰다. 그뿐이 아니었다. 수곡천에 설치된 보와 콘크리트 석축은 아이들에게는 추락의 위험을 안겨줬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도 아이들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엄마들이 뭉쳤다. 아스팔트와 석곡천의 석축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로만 생각했던 아스팔트와 석축은 그보다 더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음을 느꼈다.

 ‘수곡천 생태복원을 위한 엄마들의 모임(수생모)’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굳이 수생모가 발 벗고 나설 이유가 없었던 곳이다. 자연 그대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었고, 주위 경관이 온통 자연과 접해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송사리 떼가 노니는 맑은 수곡천은 작은 수변공원이 돼, 아이들에게 갖가지 물고기와 수생식물, 수생곤충을 만나게 해줬던 소중한 자연학습장이기도 했다.

 수생모의 바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때의 모습으로 수곡천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다.

 “수곡천은 우리 모두의 재산입니다. 많은 하천이 있고 수곡천의 긴 물길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더러워진 물들이 깨끗하게 지켜내지 못한 우리를 원망하고 있겠지요. 하천의 중요성 따윈 관심도 없었던 주변인으로 만나, 이제는 죽어가는 하천을 살리고자 하는 깊은 마음이 생겼어요. 우리도 물처럼 흐르고 고이지 않는다면 수곡천을 살릴 수 있을 거란 믿음입니다. 우리들의 조그만 정성과 관심이 수곡천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생모 회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 같은 마음으로 주기적인 수곡천 모니터링을 해왔고, 환경과 하천에 관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도 들었다. 2년 여 간의 시간. 작지만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도로는 ‘어린이 안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됐고, 수곡천에 불법으로 설치돼 있던 보가 철거됐다. 또 수곡천은 북구청의 ‘소하천 정비 사업’ 대상과 환경부의 ‘도랑 살리기’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직 예전처럼 풀내음과 꽃내음이 나고 물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생모 활동을 통해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제 수생모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수곡천은 광주 북구 생용동 대포리봉과 광주시립공원 묘지가 들어서 있는 산줄기에서 발원해 수곡제, 수곡마을과 학동마을을 거쳐 용강들에서 만나 영산강으로 합류되는 2.85km에 달하는 하천이다. 그간 수생모의 활동이 수곡마을을 지나는 부분에 한정돼 있었던 것이 사실. 이제 그 활동을 하류지역까지 이어갈 생각이다. 또 수곡천이 생태복원 시범 구간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작했던 수생모였지만, 이제 하천을 살리고 보존하는 든든한 지킴이가 된 셈이다.

 지역민이 직접 ‘마을 샛강 살리기’에 나선 곳은 비단 수곡천만은 아니다. 소태천을 지키고자 나선 ‘소태천과 친구하기’도 있다. 소태천은 소태제에서 발원해 소태역사 옆 광주천과 만나는 1.7km의 하천. 이곳 역시 엄마들이 하천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9월 소태천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답고 깨끗한 하천으로 가꾸고자 뭉쳤다. 함께 모여 하천과 자연에 대해 공부도 하고, 정기적인 소태천 모니터링도 해오고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정화활동과 자연놀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정미정 씨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주고, 엄마가 직접 나서 생태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나섰다”고 말했다.

 ‘소태천과 친구하기’는 얼마 전 그간 활동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광주전남 녹색연합과 동구청·광주남초교와 함께 했던 ‘소태천과 친구하기’ 프로젝트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소태천을 직접 관찰하고 정화활동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사진이나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행사였다. 또 소태천에서 살고 있는 곤충과 식물 등이 담긴 ‘소태천 생태지도’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풍영정천 지킴이로 나선 ‘풍영정천 사랑모임’이나, 광주천 지킴이인 ‘모래톱’, ‘황룡강 지킴이’ 등도 지역민이 직접 마을 샛강 살리기에 나선 모임들이다.

 광주전남 녹색연합 박경희 활동가는 “도심 확장으로 말미암은 하천 오염원 증가로 하천 오염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오염원 감시로 깨끗한 물이 흐르는 마을 가꾸기 운동이 필요하고, 마을 주님들이 마을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자산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마을 공동체 성원으로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을 하천이 갈수록 더러워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마을 주민이나 학부모들이 모임을 구성해 시작하는 형태”라면서 “하천지킴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킴이들 서로의 활동내용을 공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고 덧붙였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소태천에서 수생식물을 살펴복 있는 아이들.










 ▲소태천에서 살고 있는 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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