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

 사흘 동안 곡기를 넣어주지 않았더니, 오장육부가 당근 주스 몇 방울을 서로 끌어가려고 난리다. 일생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음식을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중단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항의가 빗발친다. 오장육부만이 아니다. 팔다리는 만약 이렇게 계속해서 음식 공급을 중단하면 파업하겠다고 으름장을 논다. 머리도 반발이 심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누군 뭐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냐. 이러는 나는 더 죽게 생겼다. 물론 너희들과 타협하지 않고 음식물을 중단한 잘못은 인정한다. 그러나 너희들하고 사전에 타협을 했더라면 순순히 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불 강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부터 테이블로 모여라. 조건 없이 협상하자.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맨 선두에서 지휘했던 ‘위장’을 필두로 한 주요 간부들과 사용자가 된 의지(意志)가 협상에 돌입했다.

 의지의 변론이다. 이번에 예고 없이 벌인 공급중단의 잘못은 인정한다. 이번 일을 결행하게 된 당위는 세 가지다. 하나는 50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동안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여러분들을 쉬게 해서 그 동안 혹사로 인하여 상처나고 패인 부분들을 말끔하게 재생시키려 함이다. 또 하나는 나의 주체성이 시류에 따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려 자신은 없고 타자의 뜻대로 끌려가는 좋지 못한 습성을 바로 잡고자 해서다. 마지막으로 신년을 시작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에 자꾸만 끼어드는 사욕과의 전쟁을 하기 위한 결연한 준비다. 시인 박노해는 이렇게 노래했다. ‘사심이 깃들면 현명하던 사람이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 신망 받던 사람이 어이없이 추락한다. 빛나던 그의 눈에 뭐가 씌운 걸까 총명한 눈을 가리는 데는 전신을 가릴 만큼의 검은 천이 필요 없다. 손톱만한 사심이 눈동자를 가리면 그러면, 현자도 한 순간에 벼랑으로 굴러 떨어진다.’

 의지의 설명을 듣고 있던 육신의 대표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의 합의문 요지다.

 “아무리 ‘의지’의 뜻이 옳다 해도 절차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니 좋다. 우리들도 기꺼이 동참하겠다. 그래도 언제까지 할 것인가, 기한은 정하자.” ‘의지’의 대답이다. “이미 열흘간으로 정했다. 여러분들이 흐트러진 기능을 회복하는 적절한 시간이 열흘이다. 너무나 일방적인 결정인 것 같지만 이것은 나의 결정이 아닌 의사 선생님의 결정이다. 이것도 이해해 달라.”

 “알겠다. 그러면 이제부터 의지는 이것을 지켜 달라. 폭식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먹기. 중노동 해야 하는 고기나 독한 술 덜 먹기. 친환경 유기농 야채만 먹기. 과도한 운동 금지 및 근로시간 지키기 등이다.”

 이렇게 협상은 끝이 났다.

 ‘의지’ “오늘부터 이 삼일이 여러분들이 참아내기가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이를 이겨내자. 여러분들 모두가 함께 힘을 내자. 앞으로 남은 기간은 6일이다. 우리들은 해낼 수 있다.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믿고 정진하자.”

 민판기 <(사)금계고전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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