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또 새롭게

 “황 기자. 오늘 한번만 봐줘.내가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의 제안에 한참 대답이 없던 황 기자는 “그런데요. 선생님 오늘만은 꼭 써 주셔야 해요.저 신문이 6월7일까지만 발행하거든요. 5년이 넘게 쓰셨는데 독자들과의 작별 인사라도 하셔야죠.”

 수화기를 타고 오는 황 기자의 말에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폐간이라니…. 얼마전 대충 신문사 사정을 듣기는 했지만 다시 잘 되겠지 하는 기대와 만의 하나 폐간이 되더라도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터였다.

 “아, 그래요. 황 기자 얘기를 듣고 보니 할 수 없네요. 써야죠.”

 힘 없이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오월을 보내면서 많이도 아팠다. 새달에는 그래도 괜찮겠지 하는 기대로 새롭게 출발하려 했는데 이 무슨 말인가. 눈물이 흐른다.하염없이 흐른다. 가만히 지난5년 간의 궤적을 더듬어 본다.

 때로는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바꿔보자고 비판도 했다. 그러다 꽃이 피면 함께 즐거워 했고, 꽃이 지면 함께 아쉬워했다. 울고 웃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별이다. 그간 정들었던 독자님들 넘 고맙습니다. 어줍잖은 글 읽어주시고 전화로 문자로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셨던 님들이 있었기에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무뎌지려 하면 곧추세워 주시고 힘없이 자빠지려 하면 붙들어 주셨던 독자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광주드림 식구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서로 얼굴 마주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던 식구들 이제 이 둥지를 떠나 어디에 집을 짓고 다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갈 지 알 순 없지만 그런 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간 정들었던 필자를 도와 주었던 그 이름들을 불러봅니다. 말없이 중심을 잡아준 채정희 님, 좋은 일 하는 사람들 보면 그대로 있지 못하고 손을 보태는 임정희 님, 때묻지 않은 촌놈 글 잘 쓰는 정상철 님, 항상 말없이 세상 고민 혼자 다 떠맡은 속 깊은 황해윤 님.그리고 회사에 가면 그림자처럼 나를 안내했던 강련경 님,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날카로운 필치로 나를 사로잡았던 이광재 님,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이들과의 이별을 하자니 정말이지 괴롭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이제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광주드림을 구하러 다닌 분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그랬다. 광주드림은 시민의 공기였다. 언제나 시민 편에서 함께 아파했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히 현장중심이었다. 유일하게 편집권이 독립되었다. 그러니 언제나 따끈한 기사를 우리들에게 전달했다. 이런 신문 하나를 우리 140만 민주 시민들은 지켜내지 못했다. 또 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에 감사할 줄 몰랐다. 이제 우리들은 모두 광주드림에 미안해야 한다. 언제 다시 때가 되면 함께 일어설 수 있게 힘을 보태자. 역사는 흐른다. 그러나 그 역사를 바로 흐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신우일신하는 다짐으로 다시 광주시민들에게 꿈을 심어줄 그날을 준비하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끝>

 민판기<(사)금계고전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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