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진상면 섬거리 귀촌 이한호·온진숙 부부

 9월이면 주홍빛으로 물드는 마을, 광양시 진상면.

 살 속을 에는 추위를 피해 강원도에 살던 한 부부가 지난 2월 진상으로 도피를 왔다.

 지난해 9월, 처음 만난 진상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 부부는 활짝 핀 감꽃을 본 그때부터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9일, 무남독녀의 딸을 시집보내고 이 부부는 제 2막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진상면 섬거리에서 감꽃마을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한호(64)·온진숙(60) 부부의 귀촌이야기가 궁금하다.

 

 주홍빛 진상면에 반하다 

 이한호 씨는 어느 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친구가 운영하던 제과점으로 들어가 그릇닦는 것을 시작으로 빵과 인연을 맺었다. 한 번 사는 인생,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 아닌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30년을 아내가 아닌 반죽과 동침했다. 제과점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는 귀촌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살았다.

 부부의 귀촌일지는 이렇다. 새벽 일찍 일어나 좋은 공기를 마시고 쉬고 싶으면 괭이를 베개 삼아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도 즐긴다. 딸과 손자 그리고 식구 먹으라고 먹을거리를 보내주는 것이다.

 가끔 손님들이 찾아오면 여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진열장에 옹기종기 모인 빵들처럼 소박하다.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만나기까지는 단연 어려움도 많았다. 안 돌아다닌 곳이 없고 안살아본 곳이 없다. 마을이 좋으면 터가 별로고 터가 좋으면 마을이 마음과 맞지 않아 고민 또 고민을 했다.

 

 어둠속에서 행복을 찾다 

 감꽃마을을 운영하면서 불편하고 힘든 점도 많았다. 풀독에 올라 병원신세를 지는가 하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정전이 되는 바람에 뜻밖에 어둠을 맞이하는 등 별별 일을 다 겪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연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귀촌이란 것은 이렇듯 행복한 불편일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불편함을 사서하는 것. 그러면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것. 그것이 진짜 귀촌이 아닐까? 자연과 벗이 되려면 편리함은 버려야한다는 것이 이 부부가 말하는 귀촌의 참 맛이다.

 이한호 씨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과 접목을 해서 귀촌을 하고 싶었다”며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가장 자신 있는 팥빵과 30년 동안 만든 앙금빵의 결정체가 이곳에 있다”고 활짝 웃었다.

 

 빵 반죽으로 시작하는 아침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빵집 팥빵과 다른 맛. 우유로 반죽을 해 고소하고 맛이 훨씬 깊다.

 감꽃나무에는 빵만 맛있는 것이 아니다. 다진 쇠고기와 적양파, 양송이 버섯 등 갖은 채소가 골고루 들어가 포크로 돌돌 말아 입안으로 넣으니 적당히 익은 탱탱한 면발과 쇠고기와 야채가 만난 소스가 잘 어우러져 스파게티 맛이 기가 막히다. 싱그러운 자연을 바라보며 먹으니 천국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곳에는 빵뿐만 아니라 예약하는 손님을 위한 작은 특권도 마련돼 있다. 메뉴판에는 없는 백숙과 피자는 아는 단골들만 예약하고 있는 메뉴다.

 메뉴판도 특별하다. 이한호 사장이 직접 제작한 자작나무 메뉴판이라고 한다. 딸기잼과 무화과 잼도 직접 만든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옛날 베이커리에서만 만났던 추억의 맛을 담은 케익 주문도 가능하다.

 

 부부의 귀촌 이야기는 계속된다 

 카페를 만들고 빵을 굽고 손님을 맞이하느라 아직 광양 구경은 몇 군데 못해봤다고 한다.

 온진숙 사장은 “얼마전에 옥곡장을 다녀온 뒤 광양 장 투어를 하고 싶어졌다”며 “장에서 파는 것들이 모양은 조금 안좋을지 몰라도 맛도 싱싱하고 좋다”고 말했다.

 부부가 진상과 함께한지는 이제 5개월. 마을 주민들이 먼저 찾아와서 간식거리도 챙겨주고 말도 먼저 건넨다. 그 어느 마을에서 보기 힘든 정다운 풍경들이 따뜻하다.

 이한호 씨는 “이렇게 좋은 곳에 좋은 분들을 만나 더 없이 감사하다”며 “이곳에 있으면서 우리 부부도 많이 베풀고 도우며 살 것”을 다짐했다. 귀촌의 성공은 기준이 각각 다르겠지만 이 부부가 말하는 귀촌의 성공법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로 쉬는 날이 없다는 감꽃 마을 베이커리 카페. 감꽃 마을 부부들의 귀촌인생은 평생 감꽃 향이 풍길 것만 같다.

광양뉴스=정아람 webmaster@gy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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