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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윤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웅숭깊은 시선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9-11-08 06:05:01
▲ 영화 ‘윤희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윤희에게’로 문을 닫았다. 아시아 최고권위의 영화제가 선택한 폐막작은, 편지를 매개로 한국과 일본을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한 통의 편지가 윤희(김희애)의 집에 도착한다. 일본에서 보내 온 편지다. 이 편지는 준(나카무라 유코)이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고모인 마사코(키노 하나)가 대신 부쳤다. 그리고 윤희에게 부쳐진 이 편지를 윤희 대신 그녀의 딸인 새봄(김소혜)이 읽게 된다. 그렇게 새봄은 윤희의 비밀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새봄이는 윤희에게 부쳐진 편지의 주소지를 찾아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두 모녀가 도착한 곳은 훗카이도(北海道)의 오타루 지역이다. 이곳은 매일같이 눈이 내려서 도시 전체가 눈으로 덮여있다.

그러니까 ‘윤희에게’는 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과 눈 덮인 오타루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영화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 ‘윤희에게’는 ‘러브레터’에 대한 존경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임대형 감독은 몇 가지 장면과 설정에서 ‘러브레터’를 오마주한다. ‘

러브레터’의 ‘후지이 이즈키’ 2주기 추모식 장면을 연상케 하는 준의 아버지 추모식 장면은 이를 입증하고, ‘러브레터’의 일본어 특유의 어감이 매력적이었던 편지 내레이션을 ‘윤희에게’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까 ‘윤희에게’에서 준(나카무라 유코)의 목소리로 읊어지는 편지의 어감은 매우 감미로워서 듣는 사람의 귀를 황홀하게 한다. 그러나 ‘윤희에게’는 ‘러브레터’가 아니다. 이와이 슈운지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윤희에게’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른 데 있다.

 영화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윤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윤희는 남편과 이혼해 딸인 새봄이와 살고 있다. 새봄이는 부모님이 어떤 연유로 이혼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는 눈치다. 그렇지만 새봄이는 아빠보다 더 외로워 보이는 엄마와 사는 것을 선택해 엄마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딸이다.

이 인물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새봄이는 남자친구인 경수(성유빈)와 연애중이다. 이 캐릭터는 당당하고 적극적이며 당찬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임대형 감독의 전작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서 생각이 깊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던 예원(고원희)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새봄이는 편지의 발신지를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풀어내려고 하고, 엄마의 얼굴이 밝아지기를 바란다.

영화 ‘윤희에게’.

 한국에 윤희와 새봄 모녀가 살고 있다면, 일본에는 준과 준의 고모인 마사코가 살고 있다. 준은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왔다. 엄마는 한국에 남겨두고 아빠를 따라 일본으로 와서 20년째 살고 있다.

한국의 윤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준 역시 삶이 외롭고 허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준의 곁에서 고모인 마사코가 힘이 되어 준다.

 그러니까 ‘윤희에게’는 한국과 일본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두 인물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들려주고, 이 비밀을 알게 된 관객들에게 공감의 정서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영화다.

임대형 감독은 이들의 사연을 들려주는데 있어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한 어조로 관객들의 마음에 시나브로 스며들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주인공들의 삶의 비밀과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일본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윤희는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이력서의 한 줄 한 줄을 채워나가고, 그 이력서를 제출할 곳의 입구에 선다. 윤희의 등 뒤에는 새봄이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윤희에게’를 보고 있으면 영화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세상을 바라보는 웅숭깊은 시선과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감지된다. 이 글에서 차마 밝히지 못한 윤희의 비밀을 이제 확인할 때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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