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 영화읽기]‘초미의 관심사’

가수 ‘블루’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순덕(김은영)에게 10년째 따로 살던 엄마(조민수)가 들이닥친다. 막내딸 유리가 자신의 가게 보증금을 들고 튀어서 유리와 함께 사는 순덕을 찾아온 것이다.

확인해보니 유리는 순덕의 비상금도 들고 튀었다. 그렇게 두 모녀는 유리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순덕은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엄마가 원망스럽고, 엄마는 자신을 향해 날 선 말을 내뱉는 순덕이 탐탁지 않다.

영화는 예상 가능한 수순으로 흘러간다. 티격태격 싸우던 두 모녀가 결국에는 험난한 과정을 통과한 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개가 흥미롭게 펼쳐지며 빤한 결말을 희석시킨다.

그리고 두 모녀 캐릭터가 발산하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순덕은 중학교 때부터 독립한 인물답게 일찍 철들어 엄마보다 더 어른스런 인물이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엄마는 감정 변화의 폭이 넓은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엄마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며 마냥 철없는 캐릭터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다 두 모녀가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소수자들로 채운 것
도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두 모녀의 유리 찾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정복(테리스 브라운)만 해도 그렇다.

그는 한국말은 유창하지만 영어는 서툰 검은 피부색의 한국인이고, 타투샵에서 만나게 되는 게이커플, 드랙 퀸(남성 동성애자가 여장을 한 것), 트랜스젠더, 싱글맘, 성 소수자 등이 두 모녀의 유리 찾기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수자들을 자극적으로 등장시키기 보다는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소재주의를 탈피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는 영화 속에 편견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인간들의 뿌리 깊은 선입견을 성찰하도록 한다. 엄마가 타투숍 사장의 우락부락한 인상을 보며 그를 자신의 딸을 해한 남자로 오해했던 것도 그렇고, 편의점의 외국인 점원이 정복이 흑인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영어를 못하냐”고 묻는 장면도 그렇다.

그리고 유리의 애인과 관련한 일화는 인간들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두 모녀는 유리를 추적해 나가가다 유리가 애인인 선우와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다. 두 모녀와 관객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선우를 남자로 짐작한다. 그러나 선우가 여자로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은 스스로의 편견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초미의 관심사’는 시종일관 편견과 관련된 설정들을 배치하고 있는 영화다.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선입견 없이 타인을 오롯이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에게 편견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을 소리높이지 않고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연출 솜씨 또한 출중하다. 독립영화에서 배우로서의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던 남연우는 감독으로서도 재능이 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슬로우 모션 효과를 주어서 영화에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솜씨는 일품이다. 특히 이태원의 언덕배기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추격 신은 기존의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개성 넘치는 연출이다.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는 배우 김은영의 매력을 발견해 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영화다.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낸 순덕을 연기한 김은영은 잔정이 많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을 적확하게 소화했다.

여기에다 이 영화는 김은영(치타)의 가수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김은영은 극 중에서 가수 ‘블루’로 분해 재즈와 랩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관객들의 귀를 황홀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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