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18.09.26 (수) 11:03

광주드림 섹션특집 타이틀
 김요수의 쓰잘데기
 김찬곤의 말과 세상
 윤정현의 명발당에서
 노거수 밑 休하기
 2035년, 대한민국
 무등지성 인문학 향연
 조대영의 영화읽기
 최종욱의 동물과 삶
 조광철의 광주갈피갈피
 전고필의 이미지산책
 김요수의 폐하타령
 서유진의 아시안로드
 이병완의 세상산책
 이국언의 일제강제동원
 정봉남 아이책읽는어른
 민판기의 불로동 연가
 임의진의 손바닥편지
 변길현의 미술속세상
 천세진의 풍경과 말들
 임정희의 맛있는집
시선김찬곤의 말과 세상
[김찬곤말과세상]귓구멍, 콧구멍, 입, 눈구멍을 막아라
빌렌도르프 비너스7
김찬곤
기사 게재일 : 2018-09-14 06:05:01
▲ 빌렌도르프 비너스의 머리. 목 아래와 왼쪽 가슴, 왼쪽 어깻죽지에 나 있는 구멍과 골은 원래 돌에 나 있었다. 이 비너스를 조각한 구석기인은 어깻죽지에 나 있는 골을 아주 절묘하게 썼다. 몸에 견주어 손과 팔을 작게 한 까닭은 돌 모양에 맞춰 하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이 혼은 인간의 몸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서 나온다. 귓구멍, 콧구멍, 입, 눈구멍이 혼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멍이다. 이 구멍을 막아야 한다. 로셀의 비너스에서 눈 코 입 귀를 새기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두려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빌렌도르프 비너스와 러시아 코스텐키 비너스가 숏비니를 코까지 눌러 쓴 것은 이 구멍을 막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아이가 들어섰다 하더라도 혼이 나가면 뱃속에서 죽기 때문에 그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이는 밖에서 들어오는 혼을 막는 구실도 한다. 그것은 쌍둥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쌍둥이는 불길한 징조였다. 쌍둥이는 빛과 어둠, 낮과 밤, 하늘과 땅, 차오르는 달과 이지러지는 달처럼 양면성을 상징한다. 그들은 쌍둥이가 동시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가 생긴 다음에 또 한 아이의 혼이 들어온 것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유럽 구석기인들이 여자 얼굴에 대한 미(美) 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비너스 상에 얼굴을 새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특한 생명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빌렌도르프 비너스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여인상이 아니라 구석기인들의 생명관 또는 그에 따른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애가 들어섰을 때는 눈 코 입 귓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구석기 여자들은 애가 서면 숏비니를 짜 눌러썼을지도 모른다. (눈까지 내려 쓰더라도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낮에는 눈, 귀, 콧구멍이 안 보이게, 밤에는 입까지 눌러쓰고 잤을지 모를 일이다. 또 그들은 직접 이런 여인상을 조각하여 늘 지니고 다녔을 것이고, 밤에는 곁에 놓고 잠을 잤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아이가 들어서면 구멍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금기(taboo)’를 새긴 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유럽과 남·서부 러시아에서 나오는 구석기 비너스는 여자 구석기인이 조각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 Copyrights ⓒ 광주드림 & 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싸이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Naver) 요즘(Daum) 네이버 구글
인쇄 | 이메일 | 댓글달기 | 목록보기

  이름 비밀번호 (/ 1000자)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 유포, 도배행위, 광고성 글 등 올바른 게시물 문화를 저해하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개정된 저작권법 시행으로 타언론사의 기사를 전재할 경우 법적 책임은 게시자에게 있습니다.
 
댓글 0   트래백 0
 



네이버 뉴스스탠드
[딱꼬집기]도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가
 지난 8월 필자는 영국 런던에 갈 기회가 있었다. 런던에 함께 갔던 우리 ...
 [청춘유감] 여성노동의 평가절하에 맞서 싸우다...
 [편집국에서] “폭염은 감내해야 할 팔자”...
 [아침엽서] 외로우니까 사람일까?...
모바일
하단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