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 비너스7
또한 이는 밖에서 들어오는 혼을 막는 구실도 한다. 그것은 쌍둥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쌍둥이는 불길한 징조였다. 쌍둥이는 빛과 어둠, 낮과 밤, 하늘과 땅, 차오르는 달과 이지러지는 달처럼 양면성을 상징한다. 그들은 쌍둥이가 동시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가 생긴 다음에 또 한 아이의 혼이 들어온 것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유럽 구석기인들이 여자 얼굴에 대한 미(美) 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비너스 상에 얼굴을 새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특한 생명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빌렌도르프 비너스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여인상이 아니라 구석기인들의 생명관 또는 그에 따른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애가 들어섰을 때는 눈 코 입 귓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구석기 여자들은 애가 서면 숏비니를 짜 눌러썼을지도 모른다. (눈까지 내려 쓰더라도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낮에는 눈, 귀, 콧구멍이 안 보이게, 밤에는 입까지 눌러쓰고 잤을지 모를 일이다. 또 그들은 직접 이런 여인상을 조각하여 늘 지니고 다녔을 것이고, 밤에는 곁에 놓고 잠을 잤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아이가 들어서면 구멍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금기(taboo)’를 새긴 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유럽과 남·서부 러시아에서 나오는 구석기 비너스는 여자 구석기인이 조각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