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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내년 정국의 광주·전남
대한민국의 ‘정치 열외지역’?
이병완
기사 게재일 : 2011-06-20 06:00:00
 `대한민국 정치에서 광주·전남은 열외인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구요?

 요즘 우리 정치판 흐름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내년 4월이 국회의원 총선이고, 12월엔 대통령 선거가 있음은 모두 아는 일입니다. 하지만 총선이든 대선이든 광주·전남은 내년 정국의 흐름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우선 총선을 생각해 봅시다.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입니다.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전남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것입니다. 총선의 승리가 곧 대선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은 상식이니까요. 총선에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유권자의 호응과 공감을 얻게 될 것이고, 그러려면 민주당 의원으로 가득 찬 호남, 그중에서도 광주·전남의 쇄신이 상징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수도권에도 새 피를 수혈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어떻든 당선이 보장된 광주·전남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 경지정리가 이뤄질 것 아니냐는 추론은 거의 상식 수준이 아닐까요.

 또한 민주당이 총선 승리, 나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선 크게는 야권 통합, 적어도 야권연대는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생각이 아니라도 야권승리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라면 당연한 선택이고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야권의 승리를 위한 연대나 통합협상이 진행된다면 4·27 순천 재보선과 같이 승리가 보장되는 광주·전남에서 몇 곳을 `비워주자’ 또는 `비워주라’는 요구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승리를 위해서라지만 자기 지역구를 비워 살신성인할 국회의원이 누가 있을까요. 그렇게 해낼 힘 있는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도 없는 것 같구요. 그렇다고 그 길을 피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피 터지는 내홍과 분란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현직 시장이 출마를 포기한 광주시장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보았지만 간단치 않는 일입니다.

 공천 결과가 `경지정리’가 되든 `물타기’가 되든 `현상유지’가 되든, 광주·전남은 일단 개혁 또는 혁파의 대상이 되는 정치지역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 나아가 전체 야권의 대주주이면서도 정국주도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대선을 보는 전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야권의 후보가 누가 되든 광주·전남 표심은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이 이젠 정치적 관성이 된 듯합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전남의 선택이 일관되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간의 과정이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국가지도자를 배출했고, 노무현이라는 시대정신을 이끈 지도자를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7년 대선 실패 이후 희망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느덧 이젠 광주·전남출신, 나아가 호남출신은 대권도전은 어려운 게 아니냐는 좌절(挫折)과 자조(自嘲)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이른바 포스트 디제이(post DJ)를 맡을만한 전국적 지도자의 출현이 없습니다. 내년 대선에 야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에 광주·전남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광주·전남에 열을 쏟는 다른 지역 인물들의 광주 나들이가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2017년을 기대할만한 재목감도 언뜻 잡히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부상하고 도전하는 역동적인 40·50대 정치인들이 나타나는데 비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세상사는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치세계에선 어느 시기든지 시대의 풍운을 타고 혜성처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좌우를 둘러봐도 `바로 저사람’이야 할 만한 역동적 도전과 비전을 보이는 인물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역주의 이야기를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지역에서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은 지역의 힘입니다. 멀리는 60년대부터, 가까이는 80년 이후 한국정치 변혁의 진앙(진원지)이었던 광주·전남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모색해보자는 것입니다. 번듯한 학력과 빛나는 경력의 3선, 4선, 5선의 국회의원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데 왜 이럴까요. 장·차관을 지낸 화려한 공직 출신도 풍부한 광주·전남입니다. 하지만 고향이 그들의 `기로소’(耆老所·조선시대 퇴임 고관들을 예우해주던 기구)가 돼선 안될 일이지요.

 모두가 아는 해답을 새삼 제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경쟁을 제거한, 경쟁을 허용치 않는 구조는 이른바 3김시대의 불가피한 유물이었습니다. 이제 기득권이 돼버린 그 유산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내년 총선 과정의 진통이 광주·전남에 밀려 들 것 같습니다.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광주의 40대들의 부산한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됩니다. 이미 광주의 기득권체제에 편입된 선배들의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광주를 탐색하는 웅성거림이 점점 외침으로 모아지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광주를 넘어서려는, 광주정신의 순결을 지닌 그들이 광주의 미래이고 희망임을 느꼈습니다. 5년 후, 10년 후가 되면 그들 중에서 포효의 도전자가 나오리라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광주 서구의원·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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