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짜꿍’대신 긴장관계가 현명
잇따른 `언론인 출신’ 인사 비리 얼굴 들 수 없어
“드림이 모든 권력에 악착같이 대드는 언론 되길”

 요즘처럼 `언론계’ 또는 `언론인’출신이라는 말이 부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문화관광부차관 출신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언론출신으로 정부나 청와대 등 공직에 진출했던 인사들이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얘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현재 언론에 몸을 담고 있는 언론인들 역시 현 정권에 참여한 몇몇 언론출신 인사들의 엽기적 의혹으로 언론인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 받는다는 한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23일 한국기자협회의 성명서는 언론인 출신 현정권 고위직 출신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현직 기자들의 분노를 전하고 있다. 이 성명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참모였던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두 명과 문화부차관출신 인사의 비리의혹에 `악취가 진동한다’면서 `모두 기자출신이란 사실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자괴감을 나타냈다.

 저 역시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언론계 출신으로 김대중정부의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냈고, 노무현정부의 청와대에서 홍보수석과 비서실장을 보낸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핵심참모가 설마 그럴 수 있었을까 믿기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만일 이들의 혐의와 의혹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권력의 도덕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시선과 의식은 얼마나 참담할까 두려움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불신 받는 언론이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을 것 같다. 한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인데다 언론인 출신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면 비록 특정 언론사 출신들이라지만 언론계 전체의 크나큰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권력도 유한하지만 언론은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되는 영원한 임무가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라는 임무이다. 이 임무수행을 하도록 헌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성한 기본권으로 박아놓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헌법체계 아래서 모든 공권력은 서로 견제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그렇다. 언론은 이를 넘어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다. 대통령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기본이고 자본을 무기로 한 경제권력,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도 물론이다. 언론 상호간의 감시와 비판도 그 임무에서 예외일 수 없다. 감시와 비판을 무기로 권력화한 언론이야말로 언론 자유의 가장 큰 공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감시와 비판의 기준과 잣대는 획일적일 수 없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바로 획일적인 잣대를 불허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지향과 가치에 따라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보적일 수도 있고, 중도적인 기준과 잣대를 갖고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할 수 없는 기준과 잣대는 오늘의 법과 제도, 사회적 규범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상식과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여론이다.

 언론은 여론의 매개체다. 여론을 수집해 전달하고 숨어있는 여론을 끄집어 내 확산하고, 스스로 여론을 만들어 배포한다. 이 모든 기능은 감시와 비판을 통해 이뤄진다.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모든 권력은 여론에 민감하다.

 특히 여론을 업고 등장한 선출직 정치권력은 더욱 그렇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기 위해 여론의 매개체인 언론의 환심을 사려 애쓰고, 권력을 잡고 나면 여론을 조종하기 위해 언론에 추파를 던지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 우리 정치사의 행태였다.

 그 유혹을 유혹하는 언론 권력도 없지 않다. 언론 기업에 이권을 던지거나, 언론인 출신을 대거 요직에 쓰는 권력일수록 그런 유혹에 빠져 든다고 볼 수 있다. 효과가 없지 않다. 한동안 권력과 언론이 짝짜꿍하듯 돌아간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참담하게 끝났다. 우리 정치사가 보여줬지만 권력이 잊고 있을 뿐이다.

 신문과 방송이 안떠든다고 세상마저 조용한 것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 있다. 호텔과 술집과 골프장이다. 감시와 비판이 사라진 자리에 부패와 비리, 그리고 이른바 `복지부동’과 `기강 일탈’이 자라난다. 물이 새고 정보가 새고, 권력의 다툼이 등을 보인다. 유한한 권력이 시한이 다할 때쯤이면 이 또한 언론 권력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배신감을 토할 시간도 없이 해는 지고 만다.

 지방권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더 심할 수 있다. 지역별로 사실상 장기간의 일당 독점체제가 지속된 경우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이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언론과는 짝짜꿍보다는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자신의 권위와 권력에 악착같이 대드는 언론을 더 존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권력의 편의와 이익보다 권력이 추구하는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다.

 <광주드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광주드림>이 광주의 모든 권력에 악착같이 대드는 유일한 신문이기를 희망한다. 광주의 유일한 서민 신문 <광주드림>의 새 출발을 축하한다. 이병완 www.wanlee.net



 이병완님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정희의나라, 김대중의나라, 그리고 노무현의 나라>를 썼으며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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