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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의 세상산책] <27>비상대책위원회
경제도, 집권당도 상시 비대위 체제
혁명적 소통 없으니 “안돼요, 안돼!”
이병완
기사 게재일 : 2011-12-19 06:00:00
 `비상대책위원회’가 볼수록 재미있다. 인기 방송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약칭 `개콘’의 한 코너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말한다. 압권은 김원효라는 개그맨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 세례가 아닌가 싶다. 무조건 `안돼요’로 시작되는 그의 연기가 가히 달인의 경지인 듯싶다. 여기에 경찰과 특전사 제복의 등장, 마무리로 대통령이 나타나 엮어내는 풍자는 우리사회의 권위주의적 상징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큰 묘미가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뿐만 아니라 `개콘’이 압도적인 인기와 화제를 일으킨 데는 그럴만한 사회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사마귀 유치원’이라는 `개콘’ 코너가 젊은이들의 입가심 같은 인기를 끌다가 갑자기 정치,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이 그렇다.

 유명한(?) 강용석 국회의원이 이 코너를 이끄는 `애정남’ 최효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데서 비롯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회의원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개그’가 우리사회의 코미디 같은 현실을 폭발 시킨 셈이다.

 

 MB정부 첫 경제비상대책위 벙커서

 `비상대책위원회’의 폭발적 인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말 그대로 국가나 조직, 단체에 비상한 사태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성된다. 우리 현대사에는 비상한 사태와 상황이 수없이 나타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용어가 익숙하다. 이 중에는 헌법파괴의 비상상황을 조작하거나 일으켜 놓고 그 주체들이 스스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 적도 적지 않다.

 비합법적 권력찬탈을 위한 수단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만들어 등장한 5공 군부독재정권이 비근한 예이다. 하지만 그 시절은 `개콘’의 주 시청층인 젊은 세대들에겐 잊혔거나 아득한 역사일 터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일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일견 정부로선 당연한 수순의 조치였다. 금융위기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한 결의와 대책으로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문제는 형식과 내용이었다. 경제비상의 상황을 극대화하려는 청와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경제비상대책위원회가 청와대의 지하 벙커(원래는 국가안보나 대규모 재난사태에 대비하는 안보상황실)에서 열렸다.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긴박한 군사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받는 지하 벙커에서 경제대책이 논해진 것.

 극도의 보안과 통제가 요구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보안시설에서 경제대책이 토의 되었으니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경제계엄상황’으로 들어간 셈이다. 그때가 2009년 1월8일이었고 경제비상대책회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후 장소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바뀌었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비상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한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단기적 긴급처방을 내놓는 한시적 기구이다. 그런데 집권기간 내내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계속되고 있으니 그 위원회 참석자들은 과연 비상한 자세와 대책으로 임하고 있을까.

 지난 12월12일 제107차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재래시장 고객이 차를 아무렇게 대도 경찰이 단속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인용) 재래시장 고객들의 주차편의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맞다. 말 그대로라면 비상한 재래시장 주차방안이다.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주요 내용이다. 경찰에 지시한 것이니 경찰간부 김원효는 뭐라 대답할까. `안돼요. 그러면 경찰은 딱지도 못 떼서 수입이 줄고, 지방자치단체들도 과태료 수입이 줄어 난리가 나요. 상인들 물품은 어떻게 드나들고 차 없는 고객들은 어디로 드나들어요. 주차정리하려면 경찰을 늘려 주세요’라고 속사포를 쏘지 않을까.

 

 천안함·연평도 포격 등 때마다 비대위

 비상경제대책위원회 뿐만 아니라 이 정권하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유독 잦았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은 그야말로 국가안보의 비상사태였다. 청와대 지하 벙커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초기 대응에 허둥대다 국민의 더 큰 우려와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말이 엇갈리면서 국방장관이 해임되기도 했다.

 비상상황 아래서 비정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비상대책은 비상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반대로 코미디나 개그는 비정상을 정상처럼 보여 웃음과 때로는 `웃기는 슬픔’을 제공하는 대중예술이다. 풍자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처럼 보이는 현실이 풍미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다시 비상대책위원회가 뜨고 있다. 4년마다 반복되는 정치권, 그중에서도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다. 한나라당이 갈등과 분열의 한복판에서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곧 가동키로 했다한다.

 정권 4년차에 나타나는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정치의 계절병인가. 꼭 10년 전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도 집권 4년차에 비대위가 생겼다. 정풍과 쇄신요구가 쏟아지면서 분열위기로 치닫던 민주당은 2001년 말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당시는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직을 겸했다)을 사퇴하자 조세형 고문을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가 떴다. 다음해(200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는 거의 희망을 포기할 정도로 당시 민주당은 지리멸렬했다.

 

 집권당의 비대위 4년마다 반복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비대위는 가히 혁명적 대안으로 2002년을 맞이한다. 바로 일반시민의 참여를 전제로 한 대통령 후보의 국민참여 경선제, 대통령후보와 당대표의 분리, 그리고 공직후보의 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대전환을 가져왔다.

 이명박 정권의 4년차에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지금 현실만 놓고 보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희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터져 나왔던 말들이 그렇다. 10년 전 민주당의 비대위는 성공이었다. 민심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혁명적 소통의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적 갈구와 혁명적 시스템을 바쳐 줄 새로운 희망의 리더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과연 2011년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만일 김원효가 `안돼요, 안된다니까’하는 대안이 나온다면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정상위원회’가 된다는 개콘의 역설을 되새겨 본다. 아마 `개콘’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인기를 모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대한민국에 대한 대중의 바람이 아닐까. `개콘’파이팅, 김원효 파이팅.

  이병완 www.wanlee.net

 이병완님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정희의나라, 김대중의나라, 그리고 노무현의 나라>를 썼으며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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