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 문화권 `속살’ 들여다보기
여행만 한 게 없더라

▲ 인도차이나 반도의 서유진 씨. 오토바이를 타고 정글을 누비면서 각 나라 민중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로 한국 밖에서 놀고 있어 지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나이도 그렇게 젊지 않은데 한국보다 모든 것이 열악한 이른바 후진국으로 인식되는 동남아 제국에서 오래 헤매고 다니는 나를 자못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1998년부터 현 이명박 정부가 태동한 2008년까지 10년 동안이라 함은 바로 DJ와 노무현 정부의 10년이기도 하다. 그 10년 동안 사실상 동남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를 돌며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단체들과 함께 일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바로 일을 접고, 현재 주된 일이란 사실상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두에서 놀고 있다고 한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여행객과 자주 어울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우리와 다른 이질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지식이나 그들이 자기 나라에 있을 때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책이나 잡지를 읽는 것과 달리 훨씬 생생하고 정제되지 않은, 그야말로 날로 접하게 되는 많은 첩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첩보들이 믿을 만한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분석하고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나는 그 과정를 즐긴다. 그 과정을 헤쳐가는 데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동원된다. 기존의 분석 방법이나 검증 과정은 도서관이나 자료실 또는 소위 선생님을 찾거나 요즘에 아주 보편화한 인터넷의 검색란을 통해 첩보의 진위를 가리는 데 익숙해 있는 현실을 알지만, 나는 차라리 첩보의 진원지에서 온 또 다른 인간들을 통해 확인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숱한 책 잡지나 매체를 통해 알아왔던 지난날의 지식이나 정보들의 허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의 지식이나 정보가 모두 허구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당시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창출된 지식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고, 다만 그러한 지식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특정 이념이나 특정한 이익 집단에 의해 본래의 뜻이 왜곡돼 전해지고 지금까지 내려온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여행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접한 지식이나 정보가 진짜이고 다른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들은 가짜라고 하는 것도 일도양단식, 이분법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으로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한 뱃속 형제간이 같은 장소를 누비고 돌아와 여행기를 써도 모두 다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양한 세상 만물을 획일적인 시선으로 보고, 또 획일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여행을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단일 문화권에서 살아온 탓에 다름에 대해 혹독할 정도로 인색했었다는 점을 여행을 통해서 통감할 수 있다. 아! 우리가 과연 얼마나 폐쇄적인 족속들이었는가? 이것만 인정해도 절반의 성공은 한 것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많다.

 오랜 관행에서 그리고 특유의 사회적 정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다해도 시대에 맞지 않는 기존의 관행이나 정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교육기관은 말할 것 없고 무수한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 쏟아내는 `키워드’로 등장한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렇게 두꺼운 벽을 허무는 데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틈이 있을 때마다 이질 문화권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여행을 추천하면서 내가 여행 중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것들을 광주드림을 통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딴죽을 걸든, 격려성 댓글이든 자기의 여행 경험담이든 이판이 난장이 되었음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

프놈펜에서=서유진 서유진 eeugenesoh@gmail.com


서유진 님은 10여 년 동안 정글을 누비고 다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스리랑카·인도·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민중에게 5·18광주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10년 간이 그가 `5·18의 아시아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기간이다. 현재도 동남아에 머물며 각 나라의 민중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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