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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국회의원 뽑기
‘석 달 고생, 4년 폼 잡는’ 직업인 경계
‘공천=당선’ 지역 독점이 부른 폐해 심각’
이병완
기사 게재일 : 2012-02-20 06:00:00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화제가 온통 국회의원 선거로 쏠리고 있다. 우리 고장은 지역신문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 보니 신문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이모저모가 넘쳐난다. 여기에 들쭉날쭉한 여론조사까지 쏟아지니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흥미 만점의 장터가 따로 없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무관심한 것 같다. 무관심을 넘어 외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에게 국회의원이란 어떤 존재일까. 국회의원이야 누가되든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을 누굴 뽑든 갈수록 팍팍해지는 민생에 어떤 희망도 꿈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일게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많은 약속과 희망찬 비전을 제시했지만 되돌아보면 변한 게 없다. 내 삶을 둘러싼 우리 고장의 변화를 가져온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동네는 삭막해지고 재래시장은 멍들어 갈 뿐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를 보면 지역구를 위해 따온 예산들이 망라돼 있고, 그동안 입안한 법률들이 나열돼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지었다지만 국회의원이 한 일이라고 믿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다. 내가 낸 세금 가지고 생색낸다는 생각도 있고, 자기가 한일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국회의원에게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막강한 권력자의 향수를 지닌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값어치가 옛날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회의원을 안다고 자식 취직하나 시켜줄 힘도 없다. 관청에 부탁해서 민원하나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해결사도 아니다. 교통순경에게 떼인 딱지 하나 부탁할 수 있는 대상도 못된다. 막말로 파출소에 잡혀가 `내가 누군 줄 알아! 내 삼촌이 국회의원이야’라며 큰 소리 칠 사람도 없다.

 대다수 일반 유권자, 서민들에겐 국회의원이란 그저 선거 때 뽑는 `잘난 사람’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면 지나친 폄훼일까. 심지어는 석 달(선거기간) 고생하고 4년 폼 잡고 누리는 좋은 직업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입장에서 국회의원이란 세속적으로 어떤 존재일까. 흔히 `국회의원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나 역시 안 해봤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주변 선후배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회의원들 역시 애로가 적지 않는 모양이다.

 우선 이해당사자들이나 관련 공무원들 외에는 도대체 `말발’이 먹히지 않는단다. 임기 내내 언론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처지도 쉽지 않다. 웬만큼 해서는 4년 내내 중앙의 방송이나 신문에 이름 한번, 얼굴 한번 비추기도 힘들다. 지방신문이야 지역구 의원이니까 가끔 기사라도 나지만 솔직히 지역 주민 몇 명이나 보겠느냐는 푸념도 섞인다. 가끔 튀지 않으면 4년 내내 중앙언론에선 잊히고 만다는 것이다.

 `선거에 당선됐을 때 신문 방송에서 소개하는 프로필과 사진, 영상 외에 얼굴 한번 내지 못한 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초·재선 의원들은 지역주민들로부터 활동을 안 하는 의원으로 찍히고, 명색 지역구 의원인데도 이름이나 얼굴을 모르는 주민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경미한 교통신호 위반으로 경찰이 잡았어요. 물색없는 운전기사가 차 앞 유리에 붙어있는 국회의원 마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모르는 거요. 기사가 창을 열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니까 `아까 구의원도 잡았는데 잘됐네요. 면허증 주세요.’ 그럽디다.”

 스스로 `앵벌이’라고 비하와 자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래저래 돈은 들고, 나올 데는 없으니 주변의 친지·동창·기업인들에게 손을 벌여야하는 처지 때문이리라. 엄격해진 선거법 때문에 결혼식 축의금이나 장례식 부의금도 할 수 없지만 세상사가 어디 법 핑계만 대고 끝날 일인가.

 국회의원에 대한 시각을 우스개삼아 비교했을 뿐이다.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많은 대중들이 있다. 팬클럽이 인기 연예인을 능가하는 국회의원도 적지 않다. 출중한 능력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권력층과 재벌의 부정비리를 파헤치고, 약자와 서민을 위해 몸을 던지는 국회의원들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이만큼이라도 진보하고, 국민들이 좀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국민을 대표하고 지역을 대변한다. 무엇보다 입법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운영의 근간인 법을 만들고, 개정하고 폐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또 국가살림의 원천인 세금은 국회의 법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국가예산을 조정하고 승인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한다.

 실제 국정운영에서 국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상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 같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국회가 협력하지 않으면 사실상 정부는 움직일 방법이 별로 없다. 민주주의가 성숙될수록 더욱 그렇다.

 그 중심에 있는 존재가 바로 국회의원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 막강한 존재가 바로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존재가 특수신분의 `자리’ `벼슬’ `직업’의 하나로 매겨지는 슬픈 현실도 외면 할 수 없다. 누구의 탓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나아가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행태가 그렇게 비쳐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부정적 행태가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독점주의를 들 수 있다. 경쟁이 없으면 서비스는 낮아지는 것이 불변의 법칙이다. 독점은 부패와 나태를 부추긴다. 겸손을 모르고 오만해진다.

 경쟁은 단순히 정당 대 정당의 문제만은 아니다. 구상품과 신상품의 경쟁도 서비스 개선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구상품은 익숙해서 바꾸기 망설여진다. 반면 구상품은 그동안 검증이 되었으나 신상품은 그렇지 못한 단점이 있다. 포장만 그럴듯할 수도 있다. 짝퉁 신상품도 적지 않다. 구상품이든 신상품이든 재질과 상품성, 효능을 따지는 유권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어떤 경쟁이든 유권자가 경쟁판을 만들어야한다.

 국민은 더 좋은 정치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따지고 또 따져야 서비스는 나아진다. 상품검색에 시간을 쓰듯 후보자 검색에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져야 상품경쟁력과 서비스경쟁도 치열해진다.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를 향해 `나요, 나!’를 외치며 도전장을 냈다. 정권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에서 국회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이병완 www.wanlee.net



 이병완님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정희의나라, 김대중의나라, 그리고 노무현의 나라>를 썼으며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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