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눈물, 표현할 방법 아직 없어”

▲  2007년 5월31일 나고야 고등재판소 항소심에서 또 다시 패소 결정이 난 직후 재판정을 빠져 나오던 양금덕 할머니가 재판 결과에 낙심한 나머지 오열하고 있다. `나고야 소송 지원회’는 10년 동안 이어진 소송 과정마다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왔다.

 한 편의 글이 가슴을 적신다. 국경을 넘어 멀리 나고야로부터 온 편지다.

 “우리들이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9월부터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재판 투쟁 속에서 우리들은 원통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수 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들은 가슴을 찌르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26년 전부터 광주·전남 출신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활동에 뛰어 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와 ‘변호단’이 오는 10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 창립 3주년 정기총회를 맞아 보내 온 인사말은 연고도 없이 피해자를 찾아 광주 땅을 밟던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행간 곳곳에 지난 세월 외로움과 진솔한 고백이 짙게 배어 있다.

 “우리들은 재판을 계속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힘이 부족해 할머니들의 소원에 보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얼마나 한탄했는지 모릅니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할머니들의 고된 싸움에 가슴 아파하면서 마음을 함께하는 분도 안타깝지만 아주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단지 전범국 일본인이라는 것 이외에, 굳이 자신이 그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는 나고야의 평범한 시민들이 이 문제에 나서게 된 이유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놓였던 처지와 마찬가지로, 남성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당한 해방 후 할머니들의 고된 인생을 이해하려는 사람도 매우 적었습니다. 우리들은 할머니들이 노골적인 편견에 의해 모욕을 당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고단한 선택이기도 했다.

 “재판이 할머니들을 오히려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인권 회복이라는 신념과 현실 사이에 있는 커다란 벽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정치적 신념 이전에 앞서 할머니들의 눈물을 통해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자기 성찰이 무엇인지를 먼저 아는 그들이었지만, 광주에서의 눈물은 또 다른 것이었다. 지난해 12월17일 광주에서 가진 ‘10만 희망릴레이 보고대회’에 참석해 본 장면이었다.

 “10만 희망릴레이 보고대회의 마지막 순서에 참가자들이 차례로 나와 할머니와 서로 껴안았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안긴 할머니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은 여태까지 몇 번이나 거듭 할머니들의 눈물을 보고 왔습니다. 그러나 이때 보던 할머니들의 눈물은 우리들이 처음으로 보는 눈물이었습니다. 이때의 눈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우리들은 아직 그런 표현 방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적도 다르고 이름도 모르는 나고야의 시민들은 편지에서 “마음 속으로부터 남의 마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눈물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나고야 소송 지원회와 변호단은 끝으로 “3년에 걸친 광주 시민들의 노력은 단순히 미쓰비시의 무거운 문을 연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광주 시민들은 할머니들한테 오랫동안 쌓인 원한을 절반 풀어 왔을 뿐 아니라 우리들의 신념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오는 10일 오후 2시 광산구 광산동 월봉서원에서 양금덕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과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 3주년 정기총회를 갖고 올해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시민모임은 협상 3년차를 맞는 올해가 근로정신대 문제 향방을 가름 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일본에서의 근로정신대 협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협상을 견인하기 위해 시민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역사를 응시하는 광주시민들의 힘이 아니었으면 근로정신대 투쟁이 이 만큼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등을 통해 지난해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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