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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원전사고와 민간인 사찰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심각하게 물을 수밖에
이병환
기사 게재일 : 2012-03-19 06:00:00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총체적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이고, 국가를 대신해 이를 집행하는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우선 대통령은 정부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고의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헌법과 법률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정부에는 외교부·국방부·행정안전부· 법무부·국가정보원·검찰·경찰·소방서 등 각각의 기관들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있습니다.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뿐만 아니라 국가기관 모두, 예컨대 우리 동네 동사무소까지도 따지고 보면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물론 과거 독재정권시절에는 이들 기관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독재 권력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 동원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국가안보라는 억지 논리였습니다. 그 시절이 대한민국으로선 가장 안전이 위협받고 불안했던 시기였습니다.

 민주화가 진척된 이후 국민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전감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북한과 대치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안전, 다시 말해 전쟁이 아닌 평화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몰아치고 경찰과 검찰 간의 밥그릇 싸움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대한민국의 치안이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일선에서 묵묵히 밤새는 검·경이 있음을 압니다. 119소방대의 헌신과 열정은 이미 국민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 붕괴 가장 큰 위험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국민 중 누구하나 생명이 희생되지 않았는데 절대적 불안감이 엄습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것도 연이어 두 가지 사건이 터졌습니다. 바로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건과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의 새로운 사실들입니다.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건은 대한민국 안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안전점검 중 원자력발전소의 전원이 약 12분간 완전히 꺼졌고 비상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사실을 한 달 이상 숨겨오다 뒤늦게 들통이 났습니다. 지난 한 달여 기간 동안 고리1호기 원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캄캄했던 당국이 긴급조사에 나섰습니다. 이상한 소문을 듣고 사건에 접근했던 부산시 시의원의 폭로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안전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도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습니다.

 당국은 사고발생에 대한 보고가 없었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설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국가안전의 가장 기본은 즉각적인 사실보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규정대로 즉각적인 사실보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사실은 가장 큰 안전이상입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보다 더 큰 불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무려 한 달간이나 사고보고도 받지 못한 당국이 진상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설명부터 하니 말문이 막힙니다.

 단순한 기술자의 실수였다는 얘기도 덧붙여졌습니다. 사건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침소봉대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정치 사회적 문제로 확대해야합니다. 바로 1년 전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붕괴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우리는 원전공포의 직접적 당사자였습니다. 그 가공할 파괴와 공포·후유증이 현재형으로 계속되고 있고 그 끝을 아직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이달 25일에는 서울에서 세계정상들이 모여 핵안전문제를 토론합니다. 핵안전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안보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제어가 가능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후쿠시마 재앙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말 그대로 기술적 사고로 터진 대재앙이었습니다.

 과거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도 따지고 보면 가장 말단 직원의 점검부실에서 비롯됐습니다. 제때 보고된 적도 없었습니다. 국내에는 21개의 원자력 발전기가 가동중입니다. 대한민국 안전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현 정권 인사전횡…사유화된 권력 부작용

 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은 연루 공무원의 새로운 폭로로 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이 아니라 청와대 민간인 사찰사건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고의 기관 종사자들이 함께 민간인 사찰을 벌이고 은폐 공작에 가담했다는 뚜렷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들 가담자들은 반정권 인사를 찾아내고, 사찰하고, 핍박하는 데 공직과 권력을 불법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공권력을 사유화한 것입니다.

 이들이 사찰하고 공작한 대상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들이 청와대와 총리실에 근무하게 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도 명백하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사건 전개를 보면 추론이 가능합니다. 민주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인 것입니다. 과연 그들이 그런 일을 그들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었을까. 공직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인 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정권 들어서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공기업과 공공협회, 시민단체까지 광범위한 인사전횡이 이루어졌음을 듣고 보았습니다. 지역과 이념의 잣대로 휘저은 칼날에 조직마다 숨을 죽여야 했습니다. 이런 권력 행태의 배면에 이 같은 사유화된 권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부에서 사유화된 권력의 불법행위가 은밀히 행해졌고, 진상을 은폐하려는 불법에 권력이 작용했다면 이 역시 대한민국 안전의 새로운 적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권력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법과 규정의 기본적 공직 시스템이 무너지고, 불법에 대한 조직적 은폐가 있었다는 점에서 고리원전 사고나 총리실불법사찰 사건은 공통적입니다.

이병완 www.wanlee.net



 이병완님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정희의나라, 김대중의나라, 그리고 노무현의 나라>를 썼으며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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