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보기 힘든 광주 그리고 한국

 오랜만에 베트남의 호치민 시티로 왔다. 시내는 예전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예전과 크게 다른 모습은 볼 수 없다. 물가는 예전과 달리 많이 올라 있었지만….

 시내 ‘더 담’ 스트리트와 ‘부이 비엔’ 스트리트… 소위 여행자의 거리에는 아직도 많은 서구 여행객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방학때면 한국의 대학생들이 떼로 몰려 다니는 거리이기도 하다.

 호치민 시티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느 도시보다 상주 한국인이 많이 있는 도시다. 수많은 한국 식당들과 월남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도시다. 우연히 한국에서 왔다는 중소 기업인을 길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 사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야기 하길래 그렇다면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나을 게 아니냐 했더니 이 사람 이야기가 걸작이었다. 사업을 하면 어디서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는데 한국에서 하면 정치 하는 놈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스트레스가 여기보다 두 배로 뛴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한국내 정치가 화제가 되었는데 이 사람은 정치에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정치하는 놈들 여당이고 야당이고 또는 무슨 이념 정당이고 간에 모두 똑같은 놈들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생각치 않는냐고 나에게 동의를 구해 왔다.

 지금 선거를 앞두고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아서는 그에게 맞장구를 치고 이야기를 쉽게 끝낼 수도 있었지만 정치권 뒤에서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마치 ‘초록은 동색같은’ 판을 만들어 놓고 있는 음험한 세력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판을 꾸준하게 어지럽히며 판단을 흐리게 끌고가는 그 음험한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쪽이 바로 개혁을 부르짖고 이 불공평한 세상을 뒤엎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쪽이라는 생각이 들자 선뜻 그에게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그가 무슨 시합에서 이긴 사람처럼 입가에 웃음을 띄며 “그렇치요?” 하고 다시 동의를 구해왔다.



여권이나 야권이나 추잡고 미친 판

 여행중 인터넷이 가능할 때마다 메일을 체크하고 그리고 뉴스 포털로 들어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관심있게 보고 있는 나는 현재 선거를 앞둔 한국의 상황을 그런대로 업데이트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실상 도적떼나 마적떼나 다름없는 소위 여권이 자기들 간에 공천경쟁 과정에서 추잡스러운 짓거리 하는거야 그렇다 치고 바로 그런 추잡스러운 놈들을 끌어 내려야겠다고 입만 벌리면 침을 튀기는 야권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잊은지 꽤 됐다. 이들 역시 그놈들과 한치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도적떼들이 소동을 부리고 있는 동안 이쪽에서는 설령 조직에서 실수를 해도 꾹 참고 인내하며 조직의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본선에서 승리를 곧 있을 대선의 승리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도적떼들과 한치도 다를 바 없는 개판으로 만들어 버린 야권의 쓰레기들….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하며 그렇게 좋게 돌아가던 정치적 환경을 그야말로 죽쒀서 개주듯, 오히려 몰리는 형국으로 만들어 버린 작금의 사태도 그렇지만 공천에서 탈락했다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질 않나…. 탈당 러시를 이루며 무소속으로 뛰겠다는 놈 천지다. 서로 살만 뜯어 먹지 않는 것이지 이런 야만의 판을 또 어디서 본단 말인가?

 특히 광주의 선거판에서는 한 사람이 자살까지 하는 판이 돼 전국의 뉴스꺼리가 되지 않았는가. 공천에서 탈락된 놈들 거의 모두가 탈당을 하며 무소속 출마를 한단다. 모두가 한결같이 자기들이 구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쳐도 보통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비록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지만 당선 되면 바로 자기가 탈당하며 욕을 바가지로 퍼풋던 바로 그 당으로 들어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한 목숨 바치겠다고 공언을 하는 판국이니 이런 놈들이 미친 놈들이 아니면 누가 미친 놈이겠는가?

 그런데 사실상 더 미친 놈들은 그놈들에게 표를 주는, 맥없이 이땅에 태어난 불쌍한 중생들이다. 사실상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미친 놈들이 날뛸 수 있는 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타 동네에서는 설령 그런다 해도 민주주의의 성지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요 이제는 인권도시로 자리메김 하려는 광주는 여타 동네들과 차별화 될 수 있을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어디 덧이라도 나나?

 광주의 현주소가 이 지경이라면 평화공존과 번영 속에 복지사회를 이루며 더불어 함께 대동세상을 이루자는 꿈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정치적 수사일 뿐. 그저 그놈이 그놈이라는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그 사람 말에 동의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그렇게 쉽게 동의를 할 수 없는 것이 그동안 삶이 너무 억울해서다.

 그래도 우리들 안에 분명 멋쟁이들이 많이 있는데 왜 그들이 보이지 않는건가? 그들 때문에 이 정도까지라도 진화를 거듭하며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그들이 결정적일 때 딴지를 걸고 꽉 막힌 물꼬를 터주며 새로운 판을 여는데….

 그래 세상이 변해 그들의 그러한 옛 모습들 역시 ‘올드패션’으로 치부돼 숨어서 나타나지 않고 있는건가? 아님 현세의 물결을 타며 변해 버리면서 사라졌는가? 그럼 현세에 맞는 ‘뉴 패션’의 멋쟁이들은 어디에 있는건가?

 

똥물판에서도 시민은 정신 좀 차리자

 분명한 것은 구태의연한 멋쟁이란 없다. 멋쟁이는 고인 물에서 놀지 않고 항상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어 구세대 멋쟁이 신세대 멋쟁이가 따로 있지 않다.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다 지쳐 물결을 타게 되면 자연스럽게 강물에서 사라지는 수도 있지만 그들의 속성상 어디선가 계속 물결을 거꾸로 헤치며 새로운 물을 찾고 있을 것이다.

 다른 동네에서는 별 지랄을 다해도 광주는 의연한 자세로 있어주었으면 한다. 역시 민주주의의 성지요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요 인권 도시다운 모습을 이번 선거판에서 보여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대한 내가 무리였나?

 당에서 무원칙으로 밀실공천을 했다고 하면서 DJ 추종자들과 노무현 추종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당을 새로 만들고 욕설을 퍼붓는 광경을 이례적으로 비판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조중동의 음험한 모습을 재확인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놈들의 한심스러운 작태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너희들이 툭하면 깔보는 소위 후졌다는 아시아 제국의 모습과 과연 너희들의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보려면 이곳으로 와서 보고 가거라. 그들이 입만 벌리면 지역민이니 시민이니 국민이니를 앞세우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회의원 한번 하겠다고 올인하며 그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왜 광주에서 더 요란할까?

 광주시민들은 안다. 왜 그러는지를…. 공천 즉 당선이라는 것을…. 광주를 멋쟁이 도시로 만드는 작업은 그들이 아니고 바로 시민이 해야한다. 똥물판은 그렇다치고 시민들이 정신 좀 차리고 잘 선택해 주기만을 빌 뿐이다.  프놈펜에서 서유진

 서유진 님은 10여 년 동안 정글을 누비고 다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스리랑카·인도·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민중에게 5·18광주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10년 간이 그가 `5·18의 아시아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기간이다. 현재도 동남아에 머물며 각 나라의 민중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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