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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일제피해자 배상 ‘국격’ 차이
국적 따라 다른 피 값 ‘47억 VS 0’원
이국언
기사 게재일 : 2012-03-30 06:00:00
▲ 일본 훗카이도 제국사백금광산 징용노동자들의 채굴 원석 운반 광경.

 2009년 10월23일 오전 일본 중견기업 니시마츠(西松)건설은 동경 간이재판소에서 1943~1945년 히로시마현 야스노(安野) 수력발전소 건설에 강제 동원된 중국인 강제동원 노무자 360명에 대해 2억5000만 엔(한화 약 32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보상하는 조건의 화해안에 정식 조인했다.

 니시마츠 건설을 태평양전쟁 당시 중국인 강제징용자 360명을 히로시마 수력발전 공사현장으로 끌고 가 강제노역을 시켰을뿐만 아니라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중국인 강제징용자들은 뒤늦게 니시마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4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중일수교로 개인의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일본최고 재판소는 “니시마츠가 피해자 구제에 노력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권고했고, 니시마츠 역시 재판으로 모든 문제가 끝났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피해자에게 끼친 고통을 구제하다는 차원에서 원고 측과 화해에 나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도쿄신문에 의하면 니시마츠 건설은 2010년 4월26일 또 다른 중국인 피해자들과 2차 화해에 나섰다. 태평양전쟁 당시 니가타현에 위치한 수력발전소 건설공사 현장에 강제연행 돼 중노동을 강요당한 중국인 노동자 183명 전원을 대상으로 사죄와 함께 화해금 1억2800만엔(한화 약15억2000만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즉결 화해’ 했다.

 2009년과 2010년 2차에 걸쳐 모두 543명의 피해자들에게 한화 약 47억2000만 원의 보상을 실시한 것이다.

 그러면 태평양전쟁 당시 니시마츠 건설 공사 현장에 중국인 피해자들만 끌려간 것일까? 아니다. 니시마츠 건설이 2009년 1차 중국인 피해자들과 화해한 히로시마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에는 당시 중국인뿐 아니라 우리 한국인 110명도 끌려가 인간으로서 갖은 고초를 당했고, 일부 피해자는 지금도 생존 중이다.

 그러나 일본 니시마츠 건설은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화 32억 원에 1차 화해를 한데 이어 또 다른 공사 현장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15억 원에 2차에 걸쳐 화해에 나선 반면, 같은 현장에 끌려간 우리 조선인 피해자들한테는 단 돈 10원 한 장 내 놓지 않았다. 



 ▲훗카이도(北海道) 개척 토목공사장에서 학대를 당한 한국인 노동자들. 도망을 기도하거나 반항을 하면 심한 폭행을 당했다.

 한화 ‘47억 원’대 ‘0원’.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중국과 한국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이처럼 명확하게 밝혀주는 사례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이는 일본이 대하는 중국과 대한민국의 ‘국격’ 차이다.

 이 같은 참담한 결과는 두말할 것 없이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양국 정부의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은 1972년 중일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적극 대처해 왔다. 중국은 앞서 원고들이 니시마츠 소송에서 패소하자 즉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를 내는 등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의 산업계까지 나서 니시마츠 건설에 압력을 가해, 결국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둔 니시마츠 건설의 입장을 180도 바꿔 무릎을 꿇게 만든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도와주기는커녕, 한마디로 정부가 앞장서서 전범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 꼴이다.

 2008년 11월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최종 기각되고 말았다. 10년에 걸친 길고 긴 재판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달 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월 1월11~12일 아소다로 총리와 가진 한일정상회담 과정에서 오는 5월 발사 예정인 ‘아리랑 3호’ 위성을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발사할 수 있도록 용역권을 넘기고 말았다. 우주항공산업에 뛰어든 미쓰비시중공업이 해외에서 상업위성 발사용역권을 수주한 첫 길을 바로 한국이 열어 준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전범기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의 편을 들어주는 마당이니 그 결과가 어떠하겠는가? 그 결과가 바로 그해 12월 일본정부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지급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1200원) 사건이었다.

 일본에 당한 고통도 서러운 마당에, 그 피 값까지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중국인 피 값과 한국인 피 값이 달라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게 과연 일본 니시마츠의 책임이라고만 할수 있는 것인가?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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