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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국회의원이란 자리
‘뼈를 묻겠다’는 각오의 진정성 판단해야
이병완
기사 게재일 : 2012-04-02 06:00:00
 “지 뼈는 지 고향 선영에 묻어야지, 엉뚱한데 묻으면 되나요? 저러니 정치인들이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한다고 하는 것 아녜요?”

 지난 주말 택시를 타고가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어떤 국회의원 후보의 말에 심사가 뒤틀린 운전기사의 화풀이가 내게 쏟아졌다. 어느 지역구에 출마한 어떤 후보가 ‘○○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의 표현이 라디오를 타고 흐르자 운전기사가 뒷좌석의 나를 돌아보며 한 말씀이다. 순간 ‘너도 같은 족속 아니냐’는 말처럼 들려 얼굴이 화끈 거렸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등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고향에 뼈를 묻겠다’거나 ‘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상투적 표현들일게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뼈를 묻기는커녕 침도 뱉지 않고 사라진 많은 정치인들을.

 해서 생각해본다. 국회의원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제 9일 후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누구를 왜, 무슨 이유로 찍어야 할 것인지 고민도 커진다. 당을 보고 찍을까, 아니면 인물을 보고 찍을까, 이도저도 맘에 안 드니 기권하고 놀러나 갈까. 살기도 팍팍한데 선거는 무슨 선거냐고 아예 관심도 안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에 선거가 다가오니 국회의원이 지닌 정치적, 법적 의의가 무엇인지 한번쯤 따져보고 투표를 하든, 기권을 하든 결정을 하는 것이 순서는 아닐까.

 학문적으로 연구한 바는 없으니 상식선에서 아는 바대로 이야기하면 대충 이렇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고향에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출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굳이 우리 고장 출신도 아니면서 왜 이곳에 난데없이 나타나 표를 달라고 하느냐고 따질 일은 아니다. 고향이 경상도이고, 경상도에서 자랐더라도 전라도에서 당선되면 되는 이치이다. 이때는 전라도 사람들이 그 사람을 국민의 대표로 인정할 내력과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에 가면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입법 활동을 통해 전라도 유권자들의 가치와 지향(예를 들어 민주주의, 인권, 통일, 복지 등)을 내 고장 사람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다고 보면 비록 그 사람이 전라도에서 오줌 한번 안 쌌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비유이다. 물론 이 반대의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지 고향도 아니면서 뼈를 묻겠다’고 주장하더라도 너무 욕할 필요는 없다. 진짜로 뼈를 묻을 만큼 그 후보의 살아온 이력과 실천해온 가치가 ‘진짜’‘인지, 선거 때만 나타나는 철새인지를 가리면 된다. 지방의원은 지역주민의 대표이기에 출마할 지역에 3개월 이상의 거주(주민등록)조건이 필요하지만 국회의원은 호텔이나 여관에서 살더라도 출마자격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면서 지역의 대표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이 선출한다. 물론 비례대표는 다르지만 4·11총선의 관심사는 누구를 지역구 의원으로 뽑느냐에 맞춰져있다. 지역의 대표자란 의미는 구체적으로는 지역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국회를 통해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고, 세율을 정하는 등의 국정참여과정에서 지역대표로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광주의 국회의원들이 5·18과 관련된 각종 입법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될 까닭은 지역의 대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사업들을 공약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따오려고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까닭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구민들이 요구하는 입법 활동을 하고, 지역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사업과 예산을 반영하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현역의원들이 보기에 따라선 낯 뜨거운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국회의원의 두 가지 정치적 의미가 국회의원을 뽑는 기본적인 잣대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기준을 가장 바람직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과 경력, 의지와 자질을 지닌 후보를 뽑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이면서 국정에 참여하는 지역의 대표다보니 서로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취해야할 국가적 가치와 지역의 대표로서 지역구민의 요구와 갈등관계가 되거나 반대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부동산 세제를 만들어 부동산 투기를 잡는 법이 국가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부자들이나 대형아파트 주민이 많은 지역구민들이 반대한다면 국회의원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또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표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구민들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또 후보가 속해 있는 정당의 가치나 목표는 싫지만 인물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후보가 속한 정당은 좋아하지만 후보 당사자의 인물을 싫어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모든 변수들을 놓고 투표를 통해 우리 고장의 국민의 대표이면서 지역의 대표를 뽑는 과정이 바로 국회의원 선거이다. 여기에 더해서 지역마다 정치적 상황도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역, 정권재창출을 희망하는 지역, 지역의 대안세력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지역 등등 많은 요인이 총선을 앞두고 나타나는 민심이다.

 과연 우리의 선택의 최우선 잣대는 무엇일까. 고민이 많아졌다면 그만큼 유권자의 책임이 커졌다는 뜻이고, 유권자의 자유의지와 권리가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리 고민이 커졌더라도 일단 투표는 해야 선택은 가능하다.

 이병완 <광주 서구의원·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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