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쯔비시 발전시설 수주 싹쓸이
35개 중앙부처, 15개 지자체, 17개 공기업 제외

▲  일본 도쿄에 있는 미쯔비시중공업 본사 건물에 회사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약 10만명의 한국인을 노동력으로 강제 동원한 제1의 전범기업이지만 일제 전범기업 입찰제한 조치가 무색하게 최근 들어 한국시장 진출이 눈부시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제공>

 지난해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와 기획재정부가 일제 전범기업들에 대해 정부부처의 입찰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가시적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리어 일제 전범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이 눈부실 정도다.

 지난해 8월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국제무역기구(WTO) 정부 조달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1000여 개 비양허 공공기관을 대사으로 ‘과거사 미청산 일본기업’에 대한 입찰제한을 실시하기로 기획재정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비양허기관 명단을 고시하는 한편, 해당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지침을 시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초 이 지침이 시달되면 이들 기관에서는 가급적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국제입찰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일본 전범기업 입찰을 제한해야 해 일본정부와 기업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의 4개 발전소 수출용으로 세계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최신예 M501 J형 가스터빈 총 10기를 연속으로 수주했다고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수출처는 약 95만~190만kW 대규모 천연가스 화력의 가스터빈ㆍ복합발전(GTCC) 발전소다. 율촌발전소 2기, 신평택발전소 2기, 동두천발전소 4기, 신울산발전소 2기로 모두 새로 건설되는 GTCC발전소이며 총 475만kW에 달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약 95만kW 규모의 율촌발전소에 가스터빈 2기와 함께 증기터빈과 발전기도 수주해 건설 전체를 맡는 현대건설에 주요 기기를 납품한다.

 신평택발전소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건설하는 출력 약 95만kW의 발전소로,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의 마루베니와 공동으로 가스타빈2기와 증기터빈, 발전기도 수주했다.

 동두천발전소는 동두천드림파워가 건설하는 출력 약 190만kW의 발전소다. 증기터빈 2기와 발전기도 함께 마루베니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동두천드림파워는 한국서부발전과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의 3개사 출자 IPP이며 미쓰비시중공업은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에 주요 기기를 납품한다.

 신울산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이 건설하는 출력 약 95만kW의 발전소이며 마루베니와 오바야시산업과 공동으로 증기터빈과 발전기도 수주했다. 모두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공급해 발전기는 미쓰비시전기가 담당한다. 한마디로 발전시설 분야와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싹쓸이 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앞서 2010년 당진화력발전소 9, 10호기 건설과 관련 히타치와 함께 발전시설을 수주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평택 복합화력 2단계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일본 군수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검토하겠다는 2012년도 업무추진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앞서 일본정부는 지난 1월27일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일본 교도통신은 새 기준에 따라 일본정부가 무기를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 국가의 하나로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제침략의 첨병역할을 해 온 일본 군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는 국민감정 뿐 아니라, 전범기업 입찰제한 조치라는 이름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다.

 ‘일제 전범기업 입찰 제한’ 조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적용 대상기관이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데가 많은데다 그나마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 협정 적용대상인 35개 중앙부처, 15개 광역자치단체, 17개 공기업은 이번 입찰 제한 조치에서 일단 제외되게 되는데, 나머지 중앙부처라고 해 봐야 청와대·국가정보원·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가안정보장회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국민경제자문회의·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 등으로, 이들 기관들의 경우 애초 국제입찰에 붙일만한 사업이 얼마나 있겠느냐 하는 것.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해당 기관에 입찰제한과 관련한 협조 공문은 보냈지만 참고자료로 삼으라는 것일 뿐”이라며 “법률에 있지 않는 한 국가에서 해당 기관에 어디까지 해라 하지 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일제 전범기업 입찰 제한 조치가 지금 그 꼴이다.

이국언 road819@hanmail.net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등을 통해 지난해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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