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심도시·인권도시 소프트웨어 어떻게 채울까?
장애인·다문화가족 지원 특별한 제도 등 차별화를

▲ 캄보디아 한 마을에서 만난 장애인 공연단. <사진제공=서일권>

 광주가 한국 내 그 어떠한 도시도 넘볼 수 없는 ‘멋쟁이’ 도시가 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는 그런대로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그리고 세계 어느 도시도 드러내놓고 표방하지 않는 ‘인권 도시’를 지향하고 있음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채우냐는 것. 그것은 우선 문화중심도시나 인권 도시에 걸맞는 즉 시격(市格)에 맞는,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럴 때 시민을 대표해 시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의원들은 관련 조례를 살펴보고 보완하는 일을 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 최초로 원전 건설 전면 중단과 함께 원전 의존 에너지를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면서 독일의 여 수상은 “이러한 일을 독일이 하지 않으면 세계 어느 나라가 하겠느냐?”고 기염을 토했다.

 원전 이야기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인다. 엊그제 내가 쉬고 있는 캄보디아 해안가에서 독일에서 온 젊은 커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제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는 말을 들었다. 원전 건설은 많은 나라가 하지만 해체한 적이 없어, 원전 해체 기술도 독일이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것 아닌가?

 원전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위험성에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서로 경쟁하듯 건설하던 원전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독일로 인해 원전 건설엔 엄청난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세에 역행해 국내에선 더 많은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원전 건설 해외 수주를 마치 나라가 먹고 사는 길인양 ‘장사꾼’ 역량을 자랑하듯 (수주도 아닌)양해각서를 가지고 사기 치는 대통령도 그렇고, 자기들 먹거리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 다닌다며 고맙게 생각하는 중생들의 꼴이라니.(당연히 광주에는 없겠지만)

 아무튼 광주시의 지향점이 확고하다면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특별한 보호장치라도 제정, 마치 이런 일을 “광주가 하지 않으면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할 수 있겠는가?” 하고 기염을 토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문화도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거늘….

 멋쟁이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다시는 ‘도가니’ 같은 사건이 광주에서 일어날 수 없고, 선거 때도 현재와 같은 난장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식도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 돼 소수 약자에 대한 배려심도 고양되는, 그야말로 살맛 나는 동네가 될 것이다.

 시의 운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좀 더 편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서로 어울리며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된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만들어 급행료나 챙기려 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지금도 존재한다면 그것처럼 큰 실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구시대적 몹쓸 관행을 만들고 그 관행에 깊게 물든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인 집권당은 광주까지 공략해 시 운영의 한 축을 구축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공들이고 있었는데, 이번 총선에서 광주의 한 지역 새누리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보고 경악했다.

 그들이 온갖 논리를 앞세우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의 파이프 역할을 하며 예산 한 푼이라도 더 따오겠다고 해도, 그는 악의 근원적인 축에 몸 담고 있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를 전세계에 대한 위협인 양 부풀리고 겁을 주면서 핵안보정상회담을 한국에 유치한 현 정부의 역량을 과시하고, 회의 대부분을 북한 고립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은 눈 씻고 찾으려 해도 볼 수 없다.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거리다.

 한편 국민들 수준은 또 어떤가. 세계은행 총재에 한국계가 추천됐다고, 유엔 사무총장과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에 이은 경사라고 난리를 피운다. 역시 우수한 한국인으로, 대우를 받는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주한 미국대사야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직할부대요, 유엔이나 세계은행은 미국의 변방을 지키는 예하 부대다. 모두 미국 돈으로 유지되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기관들이다. 그러한 미국 변방의 수장으로 한국인이 취임 하는 게 한국인에게 그렇게도 영광인지….

 여행중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이야기며 국내에서 듣지 못하는 숫한 세계의 뉴스꺼리들, 때론 현지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을 들여다보며 한국, 또는 광주가 오버랩 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이 것들을 무슨 수로 다 이야기 하랴.

 시하누크빌 비치<캄보디아>에서=서유진eeugenesoh@gmail.com


 서유진 님은 10여 년 동안 정글을 누비고 다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스리랑카·인도·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민중에게 5·18광주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10년 간이 그가 `5·18의 아시아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기간이다. 현재도 동남아에 머물며 각 나라의 민중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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